*** 빌프레도 파레토 <3>


파레토에 있어 순수경제학은 경제주체의 합리적 행위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런데 그는 인간 행동의 상당 부분이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전통적인 경제학자는 인간행위중에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순수 학문의
영역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

그러나 파레토는 효용 및 이윤계산에 기초를 두지 않는 경제행동, 그
중에서도 조합에의 본능, 집단을 지속시키려는 본능 등을 포함한 인간행동의
6가지 기본요소를 제시했다.

특히 조합에의 본능은 발명의 재능, 고안하는 재주, 독창성, 상상력을
의미한다.

이는 바로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을 의미하는 슘페터의 혁신개념으로
계승돼 오늘날까지 시장 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기업인의 혁신에서
찾고 있다.

한편 집단 유지 본능은 기본적으로 기존 체제내에서 생존하려는 성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인간의 진취적인 기상을 나타내는 조합에의 본능과는
대조적이다.

파레토는 이들 두 개의 기본요소를 사용하여 사회변동이 발생함을 보였다.

조합에의 본능이 발달한 기업인은 투자기회가 풍부한 경제발전 초기 단계
에는 대단한 사업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조합 본능이 강한 기업인은 자연스럽게 사회의 상층부로 이동한다.

그러다가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하여 투자기회가 줄어들면서 산업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효율성을 강조하는 산업발전보다는 형평성 및 인간성을
강조하는 자원의 배분 및 관리를 보다 중시하게 된다.

그 결과 사회의 상층부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관리 능력이 빼어난 사람들로
교체된다.

이와같이 사회는 조합 본능과 집단 유지 본능이 엇갈리며 상호작용하면서
변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엘리트는 시대에 따라 변모
한다고 했는데 이를 파레토는 엘리트의 순환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엘리트란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떤 목적으로 하든지 상관없이 빼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

파레토에 의하면 사회의 구성원간에는 외형적 특징말고도 지적 능력, 도덕,
행위, 용기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회는 엘리트와 속인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인 계층에 태어난 높은 자질의 소유자가
엘리트 계층으로 올라가는 순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엘리트 계층에는 자질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누적되고 속인 계층에는
높은 자질의 사람들이 쌓이게 된다면 혁명이 발생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파레토는 혁신에의 의지, 집단 존속 본능 등 인간 행동의 보다 보편적인
요소들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이론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특정한 사회문제에 대한 엄밀한 경험적 분석의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론적 한계를 지니기는 했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의 연결을 어느 한 영역의 일방적 우위에 입각해 분석
하기 보다는 보편적 인간행위를 기초로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박명호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mhpark@san.hufs.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