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1백20km 가량 떨어진 아인트호벤.

인구 20만의 네덜란드 5대도시인 아인트호벤은 세계적인 가전메이커
필립스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1백여년전 필립스 창업자인 게라드 필립스가 백열전구공장을 차리기
전만해도 아인트호벤은 볼품없는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인트호벤을 근거지로 한 필립스의 지속적인 발전과 지역사회에
대한 필립스의 기여 덕분에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다.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아인트호벤은 네덜란드의 주요 경제 도시로
우뚝 섰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공항에서부터 이 도시가 필립스의 고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필립스가 공항시설의 일부를 임대해 쓰고 있어 "필립스 애비에이션"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내걸려있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및 화물량의 대부분이 필립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호텔로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이곳의 유명 관광거리가 무엇이냐"고 슬쩍
물어봤다.

기자를 한참 쳐다보던 기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 이곳에 관광하러 왔느냐고
되물었다.

비즈니스차 필립스를 찾은 손님이 아니냐는 반문이었다.

굳이 관광을 하고 싶다면 "필립스공장"을 한번 돌아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운전기사의 말은 호텔 프런트에서 입증됐다.

호텔 손님의 대부분이 깔끔한 양복차림의 비즈니스맨들이었다.

한 호텔직원은 고객중 90% 가까이가 세미나 등 필립스와의 비즈니스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10여개 다른 호텔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귀띔이다.

필립스가 아인트호벤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중요도는 시내를 둘러보면서
또한번 실감했다.

시내 중심가에 높이 솟은 사옥(본사는 최근 암스테르담으로 옮겼다)에서부터
시 외곽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많은 공장 및 연구소 건물들을 보면 "필립스
없는 아인트호벤"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필립스가 아인트호벤를 먹여살린다"는 코르 스콜텐 필립스EMT 사장의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전체 인구중 3만명이 필립스 직원이라는 설명에 이르러서는 자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 가구에 최소 1명은 필립스에 다닌다는 얘기다.

필립스와 아인트호벤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일개 회사의 발전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 아인트호벤=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