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현 <문화환경 대표 kwooz@torc.net>

문화관광부가 매년 펼치는 "무슨 무슨 해"라는 것이 있다.

지난 91년부터 그동안 연극영화 춤 책 국악 미술 문학 문화유산 사진영상
건축문화 등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한 해에 한 분야씩 집중 조명돼 왔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한꺼번에 문화 마인드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능률과 경제논리가 더 힘을 얻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문화예술 각 분야의 재조명을 통해 국민의 문화마인드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우세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년은 무슨 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데 관심이
없을 리 없다.

내년은 2000년대가 시작되는 문화의 세기 원년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들을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나 월드컵 때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또 사갈 수 있게 하는 문화상품화 산업이 본격화
되는 시점이다.

독창적이고 우수한 우리만의 고유문화와 정서를 잘 다듬고 포장해서
세계인들에게 팔아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

물적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개인기는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디어 산업인 디자인을 통해 수준높은 문화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이나 미술분야 전공자도 매년 10만명 가까이 배출되고 있다.

창의적인 인력고용 효과도 예상을 초월한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이미 디자이너만에 의한 전문분야가 아니다.

디자인을 고르는 대중이 중심이 되는 시대 즉,디자인을 먹고 입고
즐기는 대중감각 중의 하나가 디자인이다.

그만큼 디자인은 대중화된 삶의 문화이다.

2002년 월드컵은 디자인을 파는 행사다.

그래서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내년은 "디자인문화의 해"가 되는 것이 좋다.

그래픽디자인의 올림픽이라는 세계그래픽디자이너총회(ICOGRADA) 총회도
이미 예정돼 있다.

이때 우리다운 지역성이 강한 이미지를 외국손님들에게 자랑하고 팔아야
한다.

일본의 나리타 공항은 외국손님들 호주머니에 남은 동전 한닢마저 톡톡
털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 동전까지 털어 "오리지날 셈베이"
나 그림엽서라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이젠 디자인의 해를 만들 때가 되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