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유발한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2년전인
97년 7월2일 태국이 바트화의 통화바스켓을 포기함으로써 촉발되었다.

여기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파급되었고 작년에는 러시아 그리고 금년초에는 브라질까지 확산되었다.

이들 나라가 위기를 맞은 원인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석유 등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공산품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태국은 통화의
고평가로 인한 수출경쟁력의 약화로 엄청난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의 정치가 안정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위기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태국은 연립내각의 잦은 교체로,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정부의 부패로,
러시아는 옐친 대통령의 건강악화와 공산당의 의회 장악으로, 브라질은
카르도소 대통령과 전직대통령 출신 주지사와의 대립으로 정치불안과
사회불안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는 정부에서는 국민의 희생이
필요한 인기없는 경제정책을 펼 수가 없었고 경제개선에 대한 희망이
약해지자 국내외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대출금과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유사한 경제상황을 맞이하였던 홍콩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이
외환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와 사회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한나라의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에 대해서는 주가를 경제에 대한
신뢰지수라기 보다 정치에 대한 신뢰지수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국제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의 투신사들은 펀드매니저를 지원하기 위해
정치분석가를 고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군사전략전문가도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3번째로 주가지수 1,000포인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주가회복이 빨랐던 것은 경제여건의 향상 뿐만 아니라 외국투자가들
이 우리나라의 정치 및 사회안정에 대해 높은 신임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 김영진 대한투자신탁 국제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