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괴롭히는 블랙엔젤이 활개를 친다고 한다.

갓 태어난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천사인양 접근해 기술을
빼돌리거나 고리의 사채놀이를 하며 아예 경영권까지 빼앗는 사례까지
있다니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우리 풍토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담보를 빌려주거나 사채꾼을 소개해주고
엄청난 수수료를 뜯어내는 사례도 제시됐다.

엉터리 벤처기업들이 국민의 혈세를 부당하게 지원받는 다른 한 편에서는
악마들이 선량한 벤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오는 2002년까지
모두 2만개의 벤처기업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예산에 그 지원
자금으로 일반회계의 5%에 이르는 4조원을 배정했다.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저마다 금융과 세제 등 갖가지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덕에 벤처기업은 지난 해 7월 1천개를 돌파한 이후 98년말
2천개, 지난 5월말 3천1백44개로 급증했다.

중구난방식의 육성책 속에서 자금을 2중으로 타먹거나 자금을 챙기고 자취를
감추는 사기꾼들이 나타났고 선량한 벤처들은 오히려 소외당하는 일이 잦아
지며 벤처자금은 눈먼 돈이니 혈세 자판기니 하는 비아냥까지 나오게 됐다.

이런 마당에 선량한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천사 중에도 험악한 악마들이
끼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벤처기업 육성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벤처기업과 이들에게 자금 경영 기술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및 엔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잡다기한 육성책과 기관을 체계적으로 분류, 정비하고 총괄하는 부처를
정해야 한다.

한정된 자금이 짜임새있게 쓰여지도록 하려면 자금지원 기준을 통일하고
그 내용을 각 기관들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기술과 사업성 등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고용대책의 하나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벤처기업은 차세대를 향한 신기술산업이고 또 기술집약적이기 마련이므로
커다란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금지원이 시설투자 등 하드웨어에 집중돼 인재육성 전문서비스 지원 등
소프트웨어의 인프라 확보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로 있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벤처캐피털이나 블랙엔젤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감시하는 감시장치도 필요하다.

벤처펀드를 모집할 때 엔젤의 자격을 고소득자로 제한하는 미국의 사례도
검토해볼 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