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업, CD롬 제작, DB(데이터베이스)구축, IP(정보제공), 소프트웨어
개발...

모두가 현민시스템의 이화숙(47) 사장이 벌이는 사업이다.

요즘은 전문화 시대라는데 이것저것 벌여서 잘 될까.

이 사장은 이런 의문을 설명 한마디로 씻어버렸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합니다. 개발한 정보를 DB화하고 이 컨텐츠를
CD롬에도 담고,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제공도 하고, 책으로도 만들고
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구요"

이 사장은 이런 사업을 미래형 출판업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정보의 유통이 책을 통해서였다면 이제는 PC통신, 인터넷, CD롬
등 멀티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란 얘기다.

"현재형 사업을 미래형으로 바꾸기"

이것이 이 사장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사업에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남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할 때 벌써 먼 앞을 내다보고 사업을 시작
하니, 대중에 어필하기 힘들죠"(이인자 전무)

이 사장이 회사를 설립한 88년 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시절이 더 많았던
이유도 너무 앞서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요즘들어 이 사장의 사업아이디어는 빛을 보기 시작했다.

5~6년전 생각하던 멀티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우선 올초 내놓은 PC교육용 CD롬 "알짜배기 시리즈"와 "한반도 식물백과"가
히트를 치고 있다.

알짜배기 시리즈만으로도 올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올 매출목표는 30억원.

이 가운데 5억원의 순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단다.

지난 10년간 적자상태에서 벗어나 흑자시대로 돌입하는 대전환기다.

이 사장의 이력은 종횡무진이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국회비서->프로그래머->여성문제
연구원->전업주부->현민시스템 창업.

비서 일이 적성에 안맞아 고민하다가 ''전공과 나이 불문하고 모집한다''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 공채 광고를 보고
지원해 프로그래머로 변신했다.

컴맹이었던 이 사장은 특유의 논리력 덕분에 프로그래머 적성시험을 통과
했다.

입사 2개월만에 시스템 개발을 맡아 처리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남들이 포기한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일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84년 남편이 해외지사로 발령받는 바람에 전업주부로 변신했다가 한국에
돌아와 88년 창업한게 현민시스템.

"사람도 삶의 이유가 있듯 현민시스템에도 ''멀티미디어피아(multimediapia)
창조''라는 존재 이유가 있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멀티미디어
유토피아 말입니다"

새 영역을 개척하는 모험정신,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확고한
철학.

이 양대 덕목을 겸비한 이 사장이야말로 21세기형 벤처기업가가 아닐까.

< 노혜령 기자 hro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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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포인트 ]

1) 겉은 평범하게 내용은 화려하게

요즘 나오는 CD롬 등 멀티미디어 제품을 보면 대체로 초기화면이 요란하다.

그러나 막상 알맹이는 이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제품을 이 사장은 "이용자가 아니라 영업사원을 위한 제품"이라고
비판한다.

눈을 현혹시켜 영업에만 반짝 효과를 보게 한다는 것.

화려하진 않지만 알찬 내용으로 꾸미는게 현민시스템의 롱런 비결이다.


2) 공상은 창조력의 어머니다

이 사장은 독서가 취미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대는 잡식성이지만 그중에서도 만화, 무협소설,
SF소설 등을 좋아한다.

가장 존경하는 작가도 소설을 통해 인공위성의 출현 등을 예언했던 대표적인
SF소설가 아서 클라크.

이런 공상은 황당무계한게 아니다.

과거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뒤 미래에 벌어질 일을 논리적으로 풀어보는
것이다.

공상이지만 그 아래는 논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공상은 미래형 사업을 발굴하는 밑천이 됐다.


3) 여성특유의 방식으로도 남성중심의 사회를 극복한다

이 사장은 "접대"를 절대 안한다.

여성의 감수성을 잘 응용해 남성중심의 비즈니스 세계를 개척하는 사람이다.

예컨데 연말이면 직접 만든 연하장에 친필로 감사말을 적어 작은 꽃바구니와
함께 거래처를 돈다.

몇달전에는 어려울 때 자금을 지원해준 주택은행에 감사편지를 보내 은행측
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경영도 실무자들에게 전권을 주고 자신은 큰 윤곽만 잡아주는 스타일로
"남자직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여사장"(이인자 전무)으로 평가
받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