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무역업체에서 일하는 K과장은 최근 태국출장을 다녀오면서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

현지 거래회사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 미리 협상준비를 든든히
했던 것은 물론 항공기 티켓 구입서부터 호텔예약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바쁜 업무시간에 여행사까지 나갈 여유가 없던 그로서는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 행선지와 탑승시간을 써넣는 것만으로 간단히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던게 너무 편리했다.

전세계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판매하는 e-티케팅
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www.koreanair.co.kr)아시아나항공(www.asiana.co.kr) 등 국내
항공사들도 9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티켓판매로 네티즌 여행객 유치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얼마나 싸고 쉽고 빠르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느냐가 고객들이 항공사를
선택할 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1억원어치의 항공권을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했다.

올해 목표는 51억원이다.

아직은 미미한 액수이지만 오는 2003년께 온라인 판매량이 4백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가 e-티케팅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93년.

PC통신 이용자들이 하이텔 천리안 등을 통해서 비행기 운항스케줄과 남은
좌석을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 달라고 요구한게 계기가 됐다.

아시아나는 이들 PC통신에 정보를 제공하다 아예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
번호만으로 직접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95년엔 회사 홈페이지를 개설해 e-티케팅을 인터넷으로 확장했다.

지난해엔 아예 인터넷 공간에 사이버지점을 열고 관련조직을 정식 부서로
독립시켰다.

아시아나는 그 과정에서 e-티케팅이 항공사에 판매비용을 절감하고 단골
고객 관리가 쉬워지는 등 커다란 이점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항공권 판매의 경우 크게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로 나뉜다.

항공사가 전화예약을 받거나 사무실을 개설해 티케팅을 하는게 전자라면
여행사 등을 통해서 판매하는게 후자에 속한다.

문제는 두가지 방식 모두 막대한 영업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직접판매는 사무실 유지비나 인건비 등이 들어가며 간접판매 때는 여행사에
국내선의 경우 5%, 국제선은 9%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시아나의 경우 티켓판매에 들어가는 각종 부대비용이 전체 매출의 20%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 이같은 부대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한승기 아시아나 사이버지점장은 설명했다.

아시아나의 온라인 티켓판매 물량중 현재 절반은 PC통신을 통해, 절반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노선별로는 아직까지 국내선이 압도적이지만 앞으로는 국제선의 판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게 한 지점장의 예상이다.

e-티케팅은 이외에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고 단골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데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인터넷의 보급이 확산되며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여행스케줄을
조회하고 항공권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비행기로 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가는 사람들은 주로 20~40대의 화이트칼라층
이자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익숙한 파워유저들이 많다.

주고객층이 곧 네티즌들이다보니 온라인 서비스를 소홀히 할 수가 없게
됐다.

인터넷은 또 항공사의 주요 마케팅 수단인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아시아나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일리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보너스클럽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2~12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매직마일스클럽 회원모집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아시아나 사이버지점은 네티즌이 홈페이지를 지속적으로 방문, "아시아나의
팬"이자 "단골고객"이 되면 자연스럽게 티켓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이미 사이버 영업사원을 모집, 이들을 통해 티켓판매가 이뤄지면 마일리지를
보너스로 주고 있으며 특정노선의 티켓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행정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커뮤니티서비스
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 지점장은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은 많아야 1년에
한두번 정도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라며 "티켓을 사지 않더라도 홈페이지를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미를 주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e-티케팅 시장규모는 내년에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나 사이버지점은 이처럼 급성장하는 인터넷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굳히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