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메케이.

미국 ABC방송의 유명한 스포츠 아나운서다.

지난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서독과 이탈리아가 결승전에서 맞붙자 이를
미국 시청자들에게 중계한 사람이 바로 메케이다.

이탈리아가 오프 사이드를 범했다.

심판이 호각을 불고 볼을 세우자 메케이가 옆에 있는 해설가에게 물었다.

오프 사이드가 도대체 뭡니까.

오프 사이드도 모르는 사람이 TV 중계방송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축구실력이었다.

축구는 언제 골이 터질지 모른다.

때문에 경기도중 한 순간도 광고를 위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것이
축구경기다.

하지만 ABC방송은 그 중요한 서독 이탈리아 결승전을 중계하면서도 툭하면
중계를 끊고 광고를 내보내곤 했다.

미식축구 테니스 야구등 일정간격으로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이용, 광고를
하는 미국식을 그대로 고집한 것이다.

미국 스포츠가 극도로 상업화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미국이 94년 월드컵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월드컵을 유치할 만한
토양이 마련돼 있었다기보다 당시 미국 축구계를 이끌고 있던 헨리 키신저
라는 무시할 수 없는 개인의 역량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던 미국이 달라졌다.

지난 주말 91년에 이어 두번째 여자월드컵을 차지한 미국이 아직도 그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리우 잉의 골을 막아낸 골키퍼 브리아나
스커리와 마지막 골을 넣은 브랜디 채스테인은 국민적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TV 광고에 등장,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동의
스트라이커 미아 햄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는 없어서 못파는 실정이다.

로즈 볼 구장을 가득 메운 9만명이 넘는 관중속에 미국대통령과 그 가족
친지가 끼여들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단등 세계축구지도자들과 축구
외교를 벌인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여자축구 못지 않게 남자축구도 이미 열강의 대열에 끼어있는 것이
미국이다.

어디를 가나 널려있는 것이 잔디구장이다.

어린아이들은 너도나도 축구교실에 가입, 기본기 학습에 열중이다.

막강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축구가 향후 세계 축구계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를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해 놓고도 정부의 무관심과 일반시민의 풀뿌리 열기가
바닥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