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00시대"가 열리면서 증권사의 발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가 1,000시대는 증권사에 한편으로는 흥겨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경쟁의 서막"에 다름 아니다.

뜨거운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주가 1,000시대"는 "경쟁 1,000시대"라는
신음소리가 흘러 나온다.

물론 주가 1,000시대는 증권사에 엄청난 복덩어리다.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주식형 수익증권도 날개돋친듯 팔려나간다.

하반기에만 30조여원의 주식형 수익증권이 추가로 판매될 전망이다.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도 이만저만 짭짤한게 아니다.

이래저래 증권사들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8개 증권사들은 올 사업연도 1.4분기(4~6월)에만 2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대형증권사의 연간 순이익은 각각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은 잰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증권사간 경쟁도 주가 1,000시대에 걸맞게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대경쟁의 심지에 불꽃이 피기 시작했다.

사이버주식거래 수수료 인하경쟁이 그것이다.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들까지 잇따라 사이버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사이버거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출혈경쟁"을 감내하고 있을 정도다.

사이버수수료 인하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반 주식거래 수수료의 인하 움직임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큰 손인 외국계 대형펀드나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깎아주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데 힘입어 일반 위탁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한 증권사라도 "이익을 고객에게 환원한다"는 명분으로 위탁수수료를
내리면 대지진이 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를 투신사도 나눠 먹겠다고 나서고 있다.

증권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증권사 진출을 넘보는 회사도
줄을 잇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중 "증권사 인가기준"을 확정하면 사이버증권사, 위탁전문
증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전망이다.

파이는 한계가 있는 데 먹을 사람이 늘어나면 결과는 뻔하다.

힘없는 증권사의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고객들의 자산을 종합관리하는 "랩 어카운트"(Wrap
Account)가 도입된다.

고객들로선 자산운용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이상 증권사를 고르는 데도
까다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서비스가 최상이고 정보제공이 뛰어난 증권사로 몰려들 것은 뻔한 이치다.

공모주의 경우에도 절반가량을 주간사회사가 가져간다.

고객들이 능력있는 특정 증권사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주가 1,000시대"는 증권사들엔 "경쟁 1,000시대"를 의미한다.

대경쟁의 시대엔 그에 걸맞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모든 게 변했는데 과거의 틀에만 안주했다가는 침몰하고 만다.

증권사들이 주가 1,000시대를 맞아 구두끈을 바짝 조여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 결과는 내년 이맘때쯤 생과 사의 확연한 갈림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