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출근길에 지나가는 버스외부에 붙어있는 한 신문사의 광고를 보았다.

"할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며 속으로 신문이 할말은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하며 눈길을 돌리다가 문득 나는 정말 할말을 하고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곤 정말 할말은 하고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어릴적 교육을 되돌아 보면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라는 것이 어른들의
가르침이었다.

어쩌다 나의 생각을 얘기할라치면 어디 어른한테 버르장머리없이 말대꾸야
라고 호되게 호통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할 말이 있으면서도 의견을 말하기보다 한편으론 수긍하고 한편으로
포기하면서 마음 한켠에 왠지 모를 불만이 자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인생을 웬만큼 살아온 이제, 가끔 젊은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표현하는 것이 한편으론 대견해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 당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가 돼버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제 우리네의 이러한 생각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양성과 합리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어른에게 공손함을 미덕으로
꼽는 와중에 정말로 중요한 의견교환이라는 것이 움츠러들어서야 발전을 기대
할 수 없다.

또 정말로 이해하고 수긍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당연히 불만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의사소통의 단절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 기업 국가가 무슨 발전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그러나 이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할 듯 싶다.

오랜 가부장적 관습에 젖어 가장으로서, 기업의 경영자로서 할말을 못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 때다.

가정을 떠나는 가출자녀는 부모에게 할말을 하는 당돌한 자녀가 아니라
부모에게 오랫동안 할말을 하지 못한 자녀임을 명심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