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은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

아무리 제품아이디어가 기발하거나 품질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져 잊혀지게 된다.

특히 제조기술이 평준화돼가는 고도 소비사회에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진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품질이나 기능보다는 디자인 품위 유행 등
자신에게 얼마나 심리적 만족감을 주느냐를 주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삼성전자의 명품완전평면TV, 진로의 참진이슬로,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펀드 등 올해 상반기 국내 소비시장을 리드한
히트상품 44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들 히트상품의 면면에서도 소비자를 향하는 기업들의 애타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은 두 단계의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먼저 전문가들이 후보상품을 엄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국내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각 분야의
리딩상품을 추려냈다.

히트상품에 응모한 전체 상품들을 살펴보면 우선 기업들의 신상품 개발
의욕이 아직은 위축돼 있음이 느껴진다.

기업들은 불황기에 신상품을 개발하는 모험보다는 기존 상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등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불황일수록 성공가능성이 낮은 신제품보다는 1등 브랜드를
고집한다는 심리를 간파한 전략이다.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금융상품의 대거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펀드는 IMF체제로 상처입은 한국인의 자존심과
애국심을 어루만지며 최근 증권시장의 활황을 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흥은행의 "1백만 일자리 만들기" 지원통장은 대량실업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고뇌하는 실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한 것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경제신문사의 새 직장 창출을 위한 OMJ(One Million Job) 운동과 궤를
같이하는 금융상품이다.

한국산업의 성장을 리드하고 있는 정보통신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스피드
011, 삼성전자의 애니콜 폴더, 하나로통신의 초고속 인터넷과 전화,
한국휴렛팩커드의 HP레이저젯 프린터 등이 선정됐다.

YTC텔레콤의 마이폰은 일명 "사오정 전화기"의 바람을 일으킨 아이디어성
히트상품.

헤드세트를 이용하는 전화상담원들처럼 굳이 수화기를 들지 않고도 전화를
이용할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산동아의 동아대백과 CD롬은 복제품이 난무하고 유통질서가 혼란한
전자출판시장의 난맥상을 뚫고 성공한 역작이다.

가전제품에서는 삼성전자의 명품완전평면TV, 대우전자의 동시만족탱크냉장고
등 고급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자동차 역시 현대의 그랜저XG와 EF쏘나타, 대우의 마티즈, 기아의 카니발
등이 선정됐다.

유통분야에서는 E마트와 밀리오레가 선정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할인점 E마트는 월마트 까르푸 등 자본력이 강한
외국계 할인점의 국내시장 상륙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도 토종의 자존심을
살려가고 있다.

밀리오레는 국내 의류유통시장의 지형도를 뒤바꿔 버린 점포다.

10대의 패션감각과 구매력을 정확히 읽어내 동대문시장을 쇼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