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키위에 제스프리 브랜드를 붙여 일본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한국의 판매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뉴질랜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의
토니 막스(54) 회장은 "한국산 키위와 경쟁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상생할
수 있는 윈-윈 전략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산 키위의 브랜드명.

키위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출자해 세운 회사의 명칭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산 키위의 마케팅전략을 짜고 집행하는 일이 주요 임무.

"뉴질랜드산 키위는 여름에만, 한국산 키위는 겨울에만 생산되므로 양국은
경쟁보다 보완요소가 더 많은 관계입니다"

막스 회장은 이 점에 착안, 뉴질랜드산 키위가 재배되지 않는 겨울철에
한국산 키위를 수매한 뒤 제스프리 브랜드로 일본에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소니제품이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든 일본에서 만들어지든 똑같은 브랜드를
달고 팔리듯이 키위에도 브랜드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품질과 맛을 갖추기만 하면 산지와 관계없이 제스프리의
우산 아래로 끌어들이자는 전략.

현재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지역에서도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중이다.

각국의 농민들로서는 제스프리의 첨단 마케팅기법을 이용할 수 있고,
제스프리로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이점이 있다.

특히 전세계 키위시장의 최대 점유율(30%)을 갖고 있는 제스프리로서는
키위시장 전체를 키우는 것이 곧 제스프리의 매출을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과감한 시도는 막스 회장의 독특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막스 회장은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식음료회사인 크라프트
푸드, 에어 뉴질랜드 등을 거친 베테랑 경영인.

에어뉴질랜드 시절에는 세계 최대의 항공사 연합인 스타 얼라이언스를
탄생시키기도 하는 등 뛰어난 마케팅 수완을 발휘했다.

토니 막스 회장이 "세계 1백대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경영인"
이란 까다로운 자격기준을 뚫고 지난해 9월 제스프리 회장에 취임한 것도
이런 이력 덕분이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기 전에는 미국의 록그룹 매니저, USA''s
올 아메리칸팀의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한 독특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상은 정책을 결정하는 최악의 장소"라는 게 지론인 현장
밀착형 경영자다.

지론대로 그는 1년중 3개월정도는 뉴질랜드를 떠나 해외 현장을 누빈다.

이틀간의 짧은 방한기간에도 키위 상인들을 만나보기 위해 새벽 일찍
가락시장을 찾는 등 발로 뛰는 경영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