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 뉴브리지캐피털간의 제일은행 매각합의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해외 매각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선진화의 길을 열었다는
긍적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제일은행 자산(여신)을 시장가치평가방식(Mark To Market)으로
평가하면서도 신규 부실은 2년간 정부가 되사주기로 합의, 정부가 시장변화에
따른 위험을 너무 많이 떠안았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있다.

물론 협상당사자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시장가치로 제일은행 자산을 평가키로 했지만 뉴브리지가 요구한 것보다
비싸게 평가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부실 채권을 제외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등
요주의 여신등을 장부가의 96.5% 수준으로 평가했다.

뉴브리지는 당초 이를 95%이하로 평가하자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요주의 상태인 A기업 대출이 장부가로 1백원이면 뉴브리지는
향후 부실화가능성을 감안해 95원이하로 평가하자고 주장했다.

금감위가 이를 96.5%정도로 끌어 올려 헐값매각이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
피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에서 금감위가 제값 받기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뉴브리지와 맞서 협상타결이 늦어졌다.

인수후 새로 생기는 부실을 정부가 되사주는 풋백옵션(Put-Back Option)
기간을 양해각서(MOU)대로 2년으로 정한 것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뉴브리지는 한때 5년을 요구하다 협상 막판엔 3년으로 물러났지만
금감위의 버티기로 2년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은행이 앞으로 뉴브리지가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낼 경우
초과이익을 일정 부분을 정부가 갖기로 했다.

향후 이익배분 합의는 작년말 교환한 양해각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 여신을 대부분 떠안는 조건(명백한 부실제외)으로
추가 부실은 정부가 책임지되 이같은 초과이익배분을 내걸었다.

마지막 협상과정에서 일부 전제가 사라지고 이익배분이 수정된 형태로
합의했다.

정부는 제일은행 정상화에 5조3천억원을 투입한다.

작년초 투입한 1조5천억원을 포함 총 7조원을 넣게 된다.

그리고 뉴브리지에 지분 51%와 경영권을 넘긴 댓가로 받는 것은 6억달러
정도다.

정부가 제값을 챙기려면 제일은행이 조속히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헐값 매각이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나 이는 향후 얼마를 회수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뉴브리지는 2년후엔 제일은행을 팔 수도 있다.

투자펀드이므로 영구적으로 경영하진 않는다.

따라서 뉴브리지가 얼마나 선진금융기법으로 제일은행을 살려낼지도
주목거리다.

정부는 이같은 합의결과를 담은 합의각서(ROU)에 서명하고 1개월여의
실무조정을 거쳐 8월초쯤 뉴브리지와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ROU는 사실상 계약체결과 마찬가지여서 기본골격이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제일은행 협상결과는 HSBC(홍콩상하이은행)와의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SBC와 쟁점인 자산가치 평가기준,부실처리 등에서 제일은행 사례가 원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은행 매각합의는 상당히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