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장관 지명자인 로렌스 서머스는 최근 상원금융위원회의 인준청문회
에 출석, "강한 달러"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지난 4년간 실시해온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이러헤 "강한 달러"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득이 실보다 크기 때문이다.

강한 달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부를 증대시킨다.

달러가치가 오르면 주식이 채권 등 금융자산 값어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금융자산 가치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국제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게 되고
이는 자산가치를 더욱 부추기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자산가치 상승은 실질소득 증가->소비 증대->경제성장이라는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가져온다.

달러강세는 또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 경제가 9년째 호황을 지속하면서도 저물가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강한 달러" 정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강한 달러의 효과다.

한 미국사람의 수중에 1백달러가 있다고 하자.

이때 "달러당 1백엔의 약한 달러"일 경우보다 "달러당 1백20엔의 강한
달러" 상태에서는 이 미국인의 일본제품 구매력은 20% 더 커진다.

반면 "강한 달러" 정책으로 잃는 것도 물론 있다.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80년대 초반부터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돼온 대규모 무역적자는 강한
달러정책의 부산물이다.

강한 달러 정책은 지난 95년 1월 루빈 장관이 재무부 수장이 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시장에 밝은 정통 실물경제파인 루빈은 "강한 달러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
는 모토아래 이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갔다.

강한 달러를 위해서라면 시장개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도 불사했다.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그해 강한 달러를 위해 무려 5번이나 시장에 개입했다.

그는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에 힘입어 엔화가치가 달러당 79.75엔(95년 4월
19일)까지 치솟은 슈퍼엔고의 저지를 통화정책의 1차 목표로 삼았다.

루빈의 강한 달러 정책은 직접 시장개입 외에도 자본소득세 상속세 법인세
등 세금인하를 통한 저물가정책으로도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의존해서라도 달러강세기조로 몰아갔던
것은 당시 막대한 경상적자에다 달러약세마저 겹칠 경우 자본수지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상적자가 발생하면 그 부족분만큼의 돈이 해외에서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국가들처럼 금융위기에 휘말릴수 수 있다.

다행히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만큼 미국의 환란 가능성은 낮았지만
달러약세로 국제자본의 유입이 순조롭지 못했다.

통화운용에 적잖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루빈이 선택한 해결책이 바로 강한 달러정책이었다.

그러나 통화가치는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만 좌우되지는 않는다.

경제 펀드멘탈(기초체력)이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환율은 또 상대 개념이다.

엔.달러 환율은 미국 뿐아니라 일본의 경제상황을 함께 반영하는 경제
변수다.

95년 달러당 80엔까지 폭락했던 달러가치가 1백20엔대까지 오른 것은 미국
경제 호황과 일본경제 침체를 단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당시 루빈의 강한 달러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미국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인하등 클린턴 행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맞아 떨어지면서
달러가치는 오름세를 탔다.

강한 달러는 외국의 혼란상황으로부터 미국경제를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달러는 금을 대신해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 됐다.

그러나 강한달러정책은 멕시코 동남아 남미 등의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많다.

또 강한 달러정책은 통상마찰격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대개 달러가치상승은 미국 무역적자확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해외시장개방 확대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교역상대국간에 무역마찰은 불가피해진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