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부채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삼성자동차의 처리를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2조8천억원의 삼성생명 주식을 출연, 채권단과 협력업체의 손실을
보상키로 했다.

이와함께 빅딜 대상이던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를 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로써 정부와 5대그룹이 추진해온 8개업종의 사업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짐이 돼온 삼성자동차 문제는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게 됐다.

재벌 총수가 부실해진 계열기업을 처리하기 위해 이처럼 거액의 사재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경위야 어떻든 이 회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연말부터 끌어온 삼성자동차의 빅딜은 4조3천억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큰 진통을 겪어왔다.

규모가 워낙 커 분담을 놓고 이해당사자간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떠안을 경우 가까스로 부실에서 벗어난 은행들의 짐이 다시
무거워지고 결국은 국민의 몫으로 전가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삼성 계열사가 떠안을 경우 그 주주들로부터 제기될 법적책임을 면할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사재출연으로 채권단과 협력업체등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삼성차가 빅딜 대상에 오른 이후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부작용도 쌓여왔다.

1차 협력업체 50여개사는 투자 및 영업손실로 6천억원 이상을 보상해 달라며
수용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다그쳤다.

삼성차가 자리잡은 부산경제가 큰 타격을 입자 빅딜의 조기타결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삼성그룹의 비중 때문에 국가의 대외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사재출연으로 이런 부정적 문제들은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우리 풍토에서 처음으로 대주주가 무한책임
을 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나쁘게 비친 대기업의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른 기업의 경영의식과 가치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 회장이 삼성차의 경영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므로
그 도덕적 책임을 들어 사재출연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경영을 지배해온 대그룹 총수가 그 실패에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국민정서
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보면 주식회사 제도와 사유재산권 등 자본주의체제의
본질과는 어긋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이뤄진 사재출연이라면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기업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김대중 정부가 내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과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