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우자"

일본의 소니사가 지난 97년말 6시그마를 도입한 취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를 자랑하던 소니사가 미국의 품질혁신 기법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품질관리 지향점은 무결점(Zero Defect)이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운동이었다.

통계상으로 따져 보면 1백만개당 에러 발생률이 3.4인 6시그마 운동보다
나은 기법이었다.

그러나 "불량률 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이다.

다분히 동양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구호성 운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코 실현 여부를 면밀하게 따진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이 "기합만으로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맹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니사가 6시그마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서구의 과학적인 사고와 실천방법을 배우겠다는 취지였다.

떠들썩한 구호보다 잘못된 점을 찾아 체계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품질관리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소니는 글로벌 기업.

전세계에 80여개의 생산기지가 있고 제품중 일부는 전체 생산물량의 4분의
3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혁신 기법이 필요했다.

소니 관계자는 6시그마의 강점으로 잘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을 꼽는다.

단순히 체크(Check) 시스템이나 관리방법만 보면 6시그마 기법이 소니의
품질 관리운동과 비교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교육 패키지가 탁월해 전세계 사업장에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6시그마의 또다른 강점은 현장 근로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동시에
참여하는데 있다.

소니의 기존 품질 관리운동은 현장 근로자에서 시작돼 위로 확산되는 상향식
운동으로 전개됐다.

직원들의 근로의욕이 강해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운동이었다.

그렇지만 6시그마 운동은 다르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톱다운) 확산된다.

부문별 책임자가 불량률 삭감 및 고객서비스 개선 등을 톱다운식으로 추진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밑에서 위로(버텀업) 전달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때도 직원 개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소니가 강조하는 6시그마의 또 다른 우위는 사전방지 효과가 크다는데
있었다.

이 회사는 6시그마를 도입하기 전까지 어떤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분
에서만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해나가는 "두더지 잡기형" 기법을 써왔다.

때문에 유닛별 생산성은 탁월하지만 연계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6시그마운동은 이같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게다가 회계 인사 관리 영업 등 비생산 분야의 프로세스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소니는 6시그마를 배우기 위해 97년말 미국 컨설팅업체인 6시그마 아카데미
와 계약을 맺었다.

6시그마 운동으로 뚜렷한 경영 성과를 기록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례도
벤치마킹했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설계 본사관리 부문에서 이 운동을 도입했다.

소니는 오는 2000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2천명 이상의 블랙벨트 소지자를
육성키로 하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챔피언 자격 소지자를 양성하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테크놀로지
센터에서 강사를 초빙하기도 했다.

해외 사업장에도 6시그마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총책임자
(MQC)와 추진책임자(SQC)를 두도록 했다.

총 책임자는 6시그마운동의 기본 방침을 확정하고 상급 방침과 적합성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된다.

또 매일같이 목표 달성의 진척도를 확인하고 최적의 조직을 구축한다.

책임자는 6시그마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사원의 교육 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6시그마 도입으로 소니는 한계에 달한 품질혁신운동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었다.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디자인 프로세스를 개혁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디자이너는 개발단계에서 타깃 소비자층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후 엔지니어와
소비자 사이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놓았다.

그러나 정작 소니사는 6시그마운동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6시그마운동이 품질관리에 대한 철학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전 조직에
확산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