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용 증폭기 등을 생산하는 아진테크라인(대표 정명섭)의 임직원
1백20여명중 1명의 외국인이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다.

이 회사의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연구소장인 독일인 클라우스 비휘너
(49) 전무.

그는 아진테크라인의 지분 27%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광케이블을 이용해 음성통신과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휘너 소장은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은 1년에 9개월 정도.

나머지 기간엔 독일 고향으로 돌아가 부인과 함께 지낸다.

지난 94년 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줄곧 그래왔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2백여종의 신제품을 개발, 이 회사를 케이블TV용
증폭기 내수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강한 업체로 키워냈다.

특히 그가 96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증폭기는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칩을 트랜지스터로 대체한 것.

높은 기술력 덕에 이 회사는 불황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95년 27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1백억원에 이어 올해엔 1백50억~
2백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70% 가량이 수출이다.

비휘너 소장이 이역만리 떨어진 나라의 한 중소기업 연구소장으로 일하게
된 사연은 정명섭 사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된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영국에서 열린 국제전시회를 찾은 정 사장은 거기서
만난 독일업체 사장의 소개로 비휘너 소장을 알게 됐다.

정 사장은 2개월간 비휘너 소장의 집에 기거하며 기술을 배우면서 가족
끼리도 알고 지내는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이후 비휘너 소장은 테크라인이란 회사를 운영했으며 당시 아진산업 정
사장의 제의를 수락, 합병하게 됐다.

테크라인은 아진테크라인의 지사가 되고 현지판매를 맡고 있다.

그는 사내에서 ''일벌레''로 소문나 있다.

그의 사무실은 연구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책상위에는 갖가지 부품이 어지러져 있고 책이 꽂혀 있어야 할 책장에도
부품과 연구장비들이 들어차 있다.

궁금한게 생기면 밤을 새우더라도 풀어버리는 근성있는 엔지니어라는게
연구원들의 평가다.

친구가 많아 외롭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을 "선생(teacher)이 아니고 동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 동.서독이 통합하기 3년 전인 지난 86년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이력을 갖고 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