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록 <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

나는 17년 전 미국에 유학할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변호사가 유학가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어서 설레는
마음이 앞섰다.

유학생활 경험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거리의 코너마다 주유소가
있고, 각 주유소가 각기 다른 가격표를 내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장 싼값을 내건 주유소에 "북새통"은 일어나지 않고, 또 가장 비싼
값을 내건 주유소에도 손님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휘발유 값은 모든 주유소에서 똑같아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던 나로서는
주유소마다 서로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 비싼 주유소에도 손님이 있고, 값이 싼 주유소가 북새통을 이루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현상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서비스의 양과 질이 서로 다르면,같은 휘발유를 팔더라도 다른 값을
받는다는 것이다.

구매자로서도 부대 서비스가 필요없으면 싼값에 휘발유만을 구입하면 된다.

부대 서비스를 원한다면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주는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를 넣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균일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유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숙련된 판매원이 친절하게 여러가지 설명을 하면서
구매를 도와주는 백화점은, 같은 물건이라도 그렇지 않은 백화점에 비해
비싸게 팔고 있었다.

아무도 "왜 이 집은 물건이 더 비싸냐"고 불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른 것은 다르게,같은 것은 같게 하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가 우리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져야 할 때다.

각자의 장기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자기를 차별화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