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하나로 전국 어디서나 통한다"

예전에는 공급자가 시장을 주도(seller"s market)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시장의 주인(buyer"s market)인 시대다.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 오기를 맥없이 기다리는 기업이라면 결과는 뻔한 일.

그렇다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마케팅활동을 하는 것도 비효율적
이다.

싼 비용으로 고객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잡을 수 있는 통신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통신의 "전국대표번호"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전국에 깔려 있는 대리점이나 지점을 전화번호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다.

1588국번에 네자리 번호를 추가해 구성되는 전화번호 하나로 전국 어느곳
이든 바로 연결된다.

고객이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가장 가까운 대리점으로 전화를 자동
연결해 상품구입 신청이나 문의 상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전화번호 하나에 연결되는 대리점 수는 최대 1천개까지다.

전화를 거는 고객 한 명에게 대리점 1천개가 따라 붙게 되는 셈이다.

회사로서는 찾아 오는 고객을 말 그대로 "물샐 틈 없이" 맞이할 수 있어
고객을 놓치는 일이 없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지역과 대리점에 따라 다른 전화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더욱이 이 서비스는 이용하는 기업의 특성에 맞게 1588국번에 연결되는
번호를 선택할 수 있어 텔레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컨데 "2482(이사빨리)"는 이삿짐센터, "2404(이사공사)"는 이사후 집수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전화번호다.

쌍용정유는 "5151(오일오일)", 시사영어사는 "0515(영어일어)"를 골라 쓰고
있다.

대교는 "0509(영어공부)", 학습지 일일공부는 "1109(일일공부)"다.

"4444"는 장의업체, "3333(쌀쌀쌀쌀)"은 쌀배달업소 전화번호다.

삼보컴퓨터 애프터센터 전화번호는 "3582(삼보빨리)"이고 대한통운은
1년 3백65일 영업한다는 의미로 "3650"을 쓰고 있다.

전화번호만 보고도 업종을 알 수 있는 것으로는 2875(이빨치료:치과)
1304(열쇠공사-열쇠제작업체) 8292(빨리구이-린나이코리아) 등이 있다.

첫번째 번호(0001)는 택배업체인 일양익스프레스, 끝번호(9999)는 주택은행
이 선택해 쓰고 있다.

좋은 번호의 대명사격인 "1234"번은 신세계백화점, 국번과 같은 "1588"은
대우전자서비스가 각각 쓰고 있다.

정부도 단골 고객이다.

"9090(구빵구빵)"은 국방부 대표번호이고 "3939(선거선거)"는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전화번호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펴는 대검찰청은 양팔로 안는다는 뜻으로
"2828" 번호를 쓰고 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이른바 "왕따" 고충 상담 전화번호는 "7179(친한친구)".

노동부 구인및 구직 자동응답서비스 전화번호는 일구(함)을 의미하는
"1919", 생명의 전화는 "9191(구원구원)"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체 전화번호 수는 9천9백79개.

이중 5백개 정도의 전화번호가 이미 판매됐지만 9천4백여개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어 선택할 수 있는 번호는 아직도 많다.

전화가 걸려오는 발신지역은 전화번호 한 개에 20곳까지 지정할 수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가 원할 경우 원하는 지역만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

걸려온 전화를 날짜 요일 시간대별로 원하는 착신처로 연결할 수 있어
야간시간대나 휴일같은 때는 당직자가 받아 처리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일반전화는 물론 PC와 씨티폰 종합정보통신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도 연결되지만 현재는 한국통신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016)만
이용이 가능하다.

공중전화는 시내와 통화반경 30km 이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연결되는 전화회선이 50개 이상인 회사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가입비없이 이 서비스에 연결되는 전화회선 한개에 월 4천5백원
씩이다.

A회사가 전국 10개 지점에서 10개 회선씩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용요금
은 45만원이 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한 회선당 월 4천5백원을 따로 내야
한다.

무료전화인 080서비스와는 달리 통화요금은 전화를 받는 회사가 아니라
전화를 거는 고객이 내게 된다.

지난 21일부터는 고객의 통화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내전화는 전화를 건
고객이 요금을 내도록 하되 시외전화인 경우는 전화를 받는 회사가 전체요금
에서 시내요금을 뺀 나머지 요금을 내는 분리과금제가 운영되고 있다.

전화 한대에 두개 이상의 전국대표번호를 쓸 수 없으며 한 업체가 쓸 수
있는 대표번호는 5개까지로 제한된다.

번호는 신청일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날에는 받게 되며 번호가 나오면
전화가 즉시 개통된다.

문의및 신청은 국번없이 100번(무료전화)으로 하면 된다.

< 문희수 기자 mh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