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수원공장은 폴리에스터 필름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원료인 TPA(테레프탈산)와 EG(에틸렌글리콜)를 중합시켜 섞은 뒤 늘리고
당기고 잘라내 폴리에스터 필름을 만든다.

필름과 차세대 광학 매체에 전문화된 기업이지만 국내에서보다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업체다.

점유율로 볼 때는 미국 듀폰과 일본 미쓰비시 도레이 등에 이어 세계 4위다.

규모만 큰 게 아니다.

제품 품질수준도 세계 정상급이다.

특수 용도로 사용되는 초극박 필름의 경우 최근 1.4마이크로m(1마이크로미터
는 1백만분의 1m) 필름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1.2마이크로m 필름을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다.

연말까지는 1.0마이크로m 필름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모두 국내 처음이다.

그렇다고 "집안 대장"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품질에 관한한 지난해 3월에는 객관적으로 인정도 받았다.

SKC는 당시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사가 선정한 "6시그마 프로젝트 베스트
10"에 뽑혔다.

그것도 전세계 5천3백여개 프로젝트팀 가운데 선정됐다.

GE 자회사나 해외법인이 아니라 GE에 납품하는 업체가 "베스트 10"에 뽑힌
것은 SKC가 처음이었다.

SKC프로젝트팀은 작년 5월 13~1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프로젝트
경진대회인 "엑설런스 콘테스트"에도 참가했다.

"6시그마 운동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잭 웰치 GE회장도 SKC 프로젝트팀에
박수를 보냈다.

품질에 관한한 초일류임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SKC의 이같은 성과는 시그마 운동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만에 이룬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SKC 수원공장이 6시그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건 지난 97년 4월이다.

경영기법과 사업현황 활동현상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였다.

점유율이 높지만 품질면에서 한단계 도약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분석의 결론이었다.

이형수 필름사업본부장(전무)을 위시한 "수펙스커미티"(SK 각사의 사업단위
별 최고의사결정기구)는 7개월의 검토 끝에 GE와 모토로라 등이 벌이고 있는
"6시그마"를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했다.

수원공장은 마침 GE계열사인 GEP(제너럴일렉트릭플라스틱)로부터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할 것을 제안받아 진행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이미 미국현지법인인 SKC INC 유달준 사장을 "챔피언"으로 SKC 4명, GE 7명
등 모두 11명의 "6시그마 프로젝트팀"도 구성돼있었다.

수원공장은 GEP에 납품하는 MTS(멤브레인 터치 스위치:전자기기 스위치
기판에 사용됨)용 필름 공정에 6시그마 개념을 적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사차원의 6시그마 도입을 위한 파일럿(pilot)스터디로도
활용키로 했다.

목표는 열수축률을 6시그마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6시그마추진팀 황춘석 과장은 "당시 납품하던 필름의 열수축률은 0.6시그마
수준에 불과해 경쟁사의 3.4시그마에 비교해 크게 뒤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품질 분석작업을 시작했다.

4개월에 걸쳐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측정과 분석 작업을 계속했다.

공정능력 현황을 통계화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각 위치별 평균값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열수축률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를 알아내자 문제는 간단히 풀렸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전 TPM(전사적생산관리) 운동 등을 할 때는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통계분석 방법을 사용해야 발견할 수 있는 문제였다.

찾아낸 즉시 문제는 해결됐다.

프로젝트 시작 4개월만에 MTS필름의 품질이 6시그마에 도달했다.

황인범(상무보) 수원공장장은 "통계분석을 철저하게 활용하는 6시그마
덕분에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필름 품질이 6시그마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GE로부터 공식 인정받게
되자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까지 나타났다.

당장 GEP는 MTS필름에 대해 SKC에 독점 공급권을 줬다.

연간 수만달러에 불과했던 이 부문 매출이 98년 50만달러로 치솟았고
올해는 2백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SKC가 6시그마 도달 업체임이 알려지면서 GE계열사 중 하나인 GE모터도
SKC에 독점공급권을 내줬다.

올해만 1백50만달러어치를 더 수출할 수 있게 됐다.

SKC는 이같은 수원공장 MTS필름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전사적
으로 6시그마 도입을 위한 또 다른 준비에 착수했다.

한가지는 데이터수입 및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자체적인 문제해결 기법을
개발하는 것.

또 하나는 교육훈련 및 평가.

보상 등 기업문화 혁신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회사 전체가 "1백만개 중 3~4개의 불량이나 미스"를 허용하는 수준인
6시그마에 도달하는 시기는 3년 뒤인 오는 2002년으로 잡고 있다.

SKC 수원공장에는 최근 SK주식회사 등 그룹내 계열사의 품질담당들이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SKC가 벌이고 있는 6시그마 운동이 SK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날이 멀지않았다
는 얘기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