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된 이래 근로자파견업체수가 1천개소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사업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체당 파견근로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는 시장이 확대되는 것 보다 새로 들어온 업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업체 난립에 따른 폐해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근로자파견제 시행 1주년을 앞두고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남성일 서강대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종각 노총 선임연구위원, 이승길 경총 법제조사팀장, 김세곤 노동부
고용관리과장, 김선규 한국인재파견협회장이 좌담에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근로자 파견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참가자 명단 = 김종각 < 노총 선임연구위원 >
이승길 < 경총 법제조사팀장 >
김세곤 < 노동부 고용관리과장 >
김선규 < 한국인재파견협회장 >
사회 = 남성일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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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근로자파견업이 정식 서비스업으로 등장한지 1년 가까이 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상당한 성장을 했습니다.


<> 김세곤 과장 =노동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파견업체가 작년 3.4분기
7백89개소에서 지난 4월 현재 9백86개로 급증했습니다.

파견근로자도 4만명을 넘어섰지요.

하지만 파견업체당 평균 파견근로자수는 이 기간중에 1백13명에서 73.7명
으로 줄었습니다.

시장은 커지는 반면 업계는 더 영세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사회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단순 노무직 증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 과장 =지난해 4.4분기를 기준으로 비서 타자원 및 관련 사무원 업무에
파견된 근로자가 8천1백46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자동차운전원 컴퓨터보조원 전화외판원 등의 순을 보였습니다.

성장 내용이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급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선규 회장 =기업체에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면 장점이 많습니다.

필요할 때만 전문인력을 사용할 수 있지요.

그만큼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사나 아웃소싱의 일환으로 파견 제도를 이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인력파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고 있어 발전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핵심분야를 특화하고 비핵심분야는 인력을 외부기업에서
도움을 받는 추세입니다.

근로자 파견은 사용업체와 파견업체, 파견근로자라는 3자 체제입니다.


<> 이승길 팀장 =하지만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파견근로자를 최장 2년까지밖에 쓸 수 없다는 규정이 가장 큰 걸림돌
입니다.

1년을 사용한 뒤 1회에 한해서만 연장이 되지요.

26개 업종에 한해서만 근로자 파견을 허용한 규정도 개선돼야 합니다.

몇개 업종만 파견을 금지하고 나머지는 제한을 두지않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정리해고 등을 실시한 뒤 24개월간 파견근로자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도
잘못됐습니다.

더구나 노조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리해고 후 6개월간은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나친 규제가 아닐까요.

파견근로자 인건비와 간접비를 포함한 서비스요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물리는 것도 업체 입장에선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 김종각 연구위원 =파견근로제도가 오히려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고착
시키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업의 90% 이상이 파견근로자를 계속
활용할 의사를 갖고 있습니다.

발생하는 인력 수요를 파견근로자로 해결하면서 정규직 고용은 피하겠다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정규직 업무를 파견근로자가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게다가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4.4분기중 파견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84만1천8백47원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30인 미만 사업장의 정규직 여성근로자 임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기업주들은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파견근로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사회 =파견근로제의 취지는 비정규직을 일시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노동계의 주장은 비정규직근로자를 정규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일반화
되면서 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 김 회장 = 꼭 그렇게 볼 것은 아닙니다.

기업체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려면 인력을 쓰고 싶을 때만 사용해야
합니다.

하위 직종의 경우 탄력적인 인력 운용의 필요성이 큽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는 기술이나 지식면에서 차이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생산성에 따라 임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파견근로자이기 때문에 임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죠.

정부가 허용한 파견대상 업무중 전문가 직군에 해당되는 분야가 별로
없습니다.

파견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해석해야할 겁니다.


<> 사회 =정부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노동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김 과장 =파견업무의 속성상 상반된 목표를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용의 유연성을 추구하자는 흐름과 근로자를 보호하면서
파견근로의 상시화를 막자는 흐름이 그것이지요.

원칙적으로 파견 근로의 성격은 일시적 고용입니다.

계속해서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파견근로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많아서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파견법이 5년간의 진통 끝에 노.사.정 합의로 지난해 2월 마련된
만큼 현 상태에서 개정하자는 논의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대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현상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동안 파견업체의 부도로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던가 노조와의
문제로 물의를 야기해 사회문제화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런대로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 김 회장 =파견의 기능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은 직종별로 따져 분석한
뒤에 평가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파견 직종이 영구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서나 타자수를 5년이고 6년이고 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일본에서는 엔지니어 전화교환수 등을 기간 제한없이 영구적으로
파견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파견법이 규정한 26개 업무중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하는 분야가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업종별 특성을 세심하게 분류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 사회 =어떤 업무는 상시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되는군요.


<> 김 위원 =물론 일시적인 근로에 적합한 업무도 있습니다.

이미 임시직 시간직 계약직 등으로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각각의 고용형태에 맞춰 법을 따로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고용의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니까 파견에 관해서만 따로 법을 만든
것입니다.

어차피 파견근로는 일시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파견직종을 사실상 제한하지 말자는 주장은 결국 인건비를 덜 주자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 이 팀장 =근로기준법이 해고와 퇴직금 지급 등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규제적입니다.

근로자 보호에 너무 치중하고 있지요.

시간제 근로자나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기법상 제한이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파견 수요도 있고 공급도 있습니다.

일단 법이라도 있으니까 더 이상 논의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파견근로자와 사용업체, 파견업체간에 합의했다면 파견기간을 일부 연장
하자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요구입니다.


<> 김 과장 =근로자파견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기간을 제한해서가
아닙니다.

일용 촉탁 계약직 등을 쓰는 게 껄끄럽기 때문입니다.

계약직도 법적으로는 1년이지만 판례에 따라 3년이나 5년가량 일할 수
있습니다.

설사 기간 제한을 풀었다고 해서 마냥 파견근로자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국의 경우 통상 파견근로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파견근로자를 5년이상 쓰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3주나 6개월 정도가 많지요.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인건비 절감 등을 노려서만 파견근로자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 사회 =외국은 기본적으로 파견단가가 비쌉니다.

6개월이상 사용하느니 차라리 정규직을 쓰는 게 저렴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 파견근로자의 단가가 외국보다 낮다는 것이지요.

물론 사용업체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러다보니 파견업체의 서비스 관리도 부족한 측면이 큽니다.

대행요금 수준은 어떻습니까.


<> 김 회장 =물론 낮습니다.

파견업체가 난립한 상황에서 사용업체마다 싼 가격에 양질의 인력을 원하고
있어 큰 일 입니다.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일본은 파견 업무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중입니다.


<> 김 위원 =26개 직종이 과연 근로자 파견에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습니다.

조리사를 예로 들어봅시다.

일반제조업체라면 일시적으로 쓸 수 있지요.

그렇지만 식당이라면 영구직 아닙니까.

올 하반기이후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거쳐 재검토할 수 있겠지요.

다만 핵심업무까지 확대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 김 과장 =업계의 요구사항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파견업체의 장애인 및 산재보험료 부담문제는 당장 개선하기 힘듭니다.

부가가치세를 깎아달라는 업체의 요구도 국세청에 전달할 생각입니다.

이보다 시급한 것은 사용업체와 파견업체간에 존재하는 불평등 관계를
고치는 것이지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파견업계는 영원히 저임금 지대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사용업체가 임시직을 직접 고용할 때보다 10%정도를
더 얹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은 이렇지 않습니다.


<> 이 팀장 =정리해고 등을 한 뒤에 파견근로자를 쓸 수 없도록 한 기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 김 위원 =지난 1년간 정리해고 하겠다고 신고된 근로자는 1만2천명
입니다.

전체 실업자 1백80만명에 비해 매우 적은 숫자이지요.

실질적인 구속력도 없는 규정입니다.


<> 김 회장 =3백인이상 사업장은 원호대상자를 반드시 고용해야 합니다.

파견근로자도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원호대상자 채용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 김 과장 =바깥으로 새는 돈이 적게 나갈수록 파견근로자에게 이익이
됩니다.

자기가 고용해서 근로시키는 것도 아닌데 일반기업처럼 사업주로서 의무를
다하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 사회 =의무고용 규정을 둘 때 파견업 같은 것을 염두에 두었겠습니까.

모든 부담이 사실상 파견사업주에게만 전가되는 것은 불평등합니다.

어떤 부분부터 개선해야 할까요.


<> 김 위원 =파견사업체가 영세하다보니 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방법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대형화가 이뤄져야 교육훈련 및 근로자 보호 등에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제도적이고 행정적인 지원도 절실합니다.

파견계약은 당사자 자유주의에 따르지만 고용계약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파견계약을 일정한 틀 속에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 김 회장 =근로자 파견업체가 사용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교섭하기 위해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파견업체를 대형화하자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선 고용보험료를 내기만 할 뿐 받는 것이 없습니다.


<> 김 과장 =파견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뒤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와함께 파견업에 대한 기본 시각부터 교정해야 합니다.

돈 되는 사업이라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나중에 뒷감당을 못한 채 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용업체의 책임도 큽니다.


<> 사회 =노.사.정이 기금 등을 마련해 파견근로를 지원해주고 있는
네덜란드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 건전성 규제가 있어야겠지요.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 사용업체가 모두 승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파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뒤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