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엘 잠시 여행하고 올 기회가 있었다.

돌아와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흔히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경기가 정말로 좋아 보이더냐"는 것이다.

그렇게 묻는 속내는 대개 두가지로 생각된다.

우선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이런 추세를 계속
이어가려면 역시 미국경제가 얼마간은 호황을 계속해야 겠다는 현실적 계산이
그 하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미국경제가 이렇듯 장기간 호황을 구가하는
진짜 배경이 뭐냐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지금 분명 잘 나가고 있다.

방문객의 눈에도 그게 띈다.

상가와 식당은 흥청대고 벤츠와 BMW 같은 고급 외제차판매가 폭증하고
자재와 기능인력이 달려 주택건축이 어렵다고 불평이다.

연준리(FRB)가 어쩌면 이달말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증시를
비롯한 경제.금융계에 큰 불안요인으로 떠돌고 있긴 하지만 장기호황의 흐름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대다수가 낙관하는 분위기다.

최대의 관심은 역시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장기호황, 그러면서 여전히 끝이
안보이는 이 호황의 진정한 배경이 대관절 어디에 있느냐이다.

미국인들도 그점을 궁금해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여러갈래의 설명이 있지만 그런대로 무게가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레이건행정부 시절의 대대적인 규제해제조치(deregulation).

80년대의 이 조치로 이른바 미국식 시장경제, 신자유주의가 만개했고 90년대
경제호황의 밑거름이 된 것.

둘째는 WTO체제의 출범.

이를 통해 미국은 시장개방과 세계레벨에서의 시장경제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세번째는 모두가 익히 아는 정보통신혁명.

미국은 이 혁명의 발원지인 동시에 선도국 주도국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우위에서 지금 가장 많은 과실을 거두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배경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터넷이야말로 오늘의 미국경제를
활기차게 이끌어가는 숨은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폭발적인 인터넷 이용인구의 증가, 이를 통한 국내외 금융 및 상거래의
확대, 그리고 무수한 벤처기업의 출현과 인수합병(M&A)열풍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규제완화와 WTO체제의 관철, 그리고 정보통신 혁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통신혁명의 산물이다.

많은 산출물 가운데 하나로 출현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정보통신혁명을 리드하고 있다.

그래서 정보통신혁명 대신 인터넷혁명이란 표현이 날로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인터넷은 유통되는 정보의 양에서 개인과 기업을 망라한 이용인구, 전자
상거래 규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사기관과 발표기관마다 다르지만 시간이 가면서 계속해서 그 실적과
예상치가 상향수정되고 있다.

21세기엔 어떤 모습이 될지 현재로선 가늠이 어렵다.

인터넷은 시간 거리 공간의 제약을 파괴하면서 정부운영은 물론 기업활동과
개인 및 가정의 일상생활에 이르는 전부문에 걸쳐 실로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쇼핑이다.

기업과 소비자사이, 그리고 기업과 기업간의 사이버시장 확대가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기업경영의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는 2003년에 1조7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중
93%가 이른바 B2B(business-to-business)로 불리는 기업간 거래일 것으로
미국의 이 분야 전문연구기관 하나가 최근 예측한 바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할 내용일 것 같다.

그 비율이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미국기업들은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기업간 전자거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소프트웨어와 물품 등의 전자거래 추적이 힘들어 수출통계
작성에 애를 먹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세관은 건당 2천5백달러 이하 소액 수출통관물품은 상무부에 보고를
안해도 되는데 자동차부품과 PC제품, SW 등 많은 인터넷거래 상품들이 그런
부류에 든다.

특히 중소수출업체나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에서 그와같은 소액 전자거래가
급속히 느는 추세다.

전체 수출의 10%가량은 이처럼 통계에 안잡히는 거래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지금 무역적자팽창(금년 3월에만 기록적인 1백97억달러)을
빌미로 걸핏하면 수입제한을 들먹이곤 하지만 실제 적자는 그렇게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은 작년에 7백억달러, 금년엔 1천1백억달러의 재정흑자를 예상
하고 있어 80년대의 쌍둥이적자 악몽에서도 벗어나 있다.

아무튼 인터넷혁명은 미국경제에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해외인터넷쇼핑 과세문제 아니면 음란물 문제 등 인터넷의 부산물처리에
주로 골몰하는 듯한 우리 현실이 왠지 걱정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