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섬유기계 박람회(ITMA)가 열리고 있는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

7개의 대형 전시관으로 구성된 박람회장은 마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유공장
을 옮겨놓은 듯 하다.

세계 40개국 1천3백여개 참가업체들이 돌리는 기계소리는 옆사람과의 대화도
어렵게 한다.

4년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번갈아 열리는 이 행사는 섬유기계
산업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섬유산업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최신 기계와 장비가 모두 출품되기 때문이
다.

그런만큼 업체들의 기술보안도 철저하다.

전시장내에는 산업기술 도용 혐의나 행위를 처리하는 사법경찰서도 설치돼
있다.

세계적 섬유기계업체 슐츠사 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린다.

기존 장비보다 속도가 5배나 빠르고 고성능 컴퓨터로 작동하는 슐츠사의
미래형 무인자동직조기 시범 작동을 보기 위해서다.

사진을 찍으려는 비즈니스맨과 슐츠사 직원간에 몸싸움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작동중인 신모델 사진을 열심히 찍던 한 북아프리카인은 이 회사직원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기도 했다.

바이어를 가장한 산업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게 슐츠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전시회에는 자신들이 4년간의 노력으로 개발한 신기술을 거저 가져가려
고 온 산업스파이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보기엔 흉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도 신기술 보안에 있어서는 유럽기업들만큼 철저하다.

그러나 차이는 유럽업체처럼 방문객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않고 정보유출을
차단할 줄 안다는 것이다.

기계작동시간에 사진기를 꺼내는 방문객이 있으면 경비원이 다가가 사진촬영
을 제지한다.

구매결정을 위해 모델 사진이 필요하다면 미리 준비한 사진과 설명서를
친절히 건네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올해로 세번째 국제섬유기계전에 참가하는 모업체는 1백평이 넘는 대형부스
를 설치했다.

한국에서 직접 온 20여명의 직원들은 터키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등 소위
후발 섬유산업국 바이어들과 구매상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는 동안 방문객들은 바쁘게 사진을 찍는다.

아예 종이를 꺼내 기계 스케치까지 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 하나 없다.

전 직원들이 구매상담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는 우리기업들이 지식재산권 보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