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WTO 가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

중국이 올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중국의 가입은 한국의 대외교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은 지난 1986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전신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가입을 시도한 후 지속적으로 WTO와 협상을 추진해 왔으나
선진국, 특히 미국과의 현저한 입장차로 인해 협상타결이 지연돼 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가입조건으로 서비스 시장을 포함한 광범위한 시장
개방을 요구한 반면, 중국은 가급적 시장개방의 폭을 줄이기 위해 개도국
지위부여를 주장했다.

중국의 WTO 가입협상은 지난 4월 주룽지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연말 타결이
유력시됐으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중국대사관 오폭사건과 중국의
핵기술 절취 의혹(콕스 보고서) 등으로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미.중간의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WTO 가입협상을 지속
하고 양국간의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미국도 중국의 WTO가입으로 인한 경제적 실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WTO 무역자유화협상이 출범하는 올 11월 이전에 중국의 WTO
가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연내 가입이 불가능할 경우 중국의 WTO 가입은 2002년에야 다시
재론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양국 모두를 압박할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중국 법규 및 제도의 선진화, 산업구조의 고도화,
경쟁력을 갖춘 상품의 수출확대,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대, 내수시장의
점진적 개방, 경제체제의 합리화.개방화 등을 가져다줄 것이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점진적 개방은 중국경제내의 자원배분상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가격 및 비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중국경제성장에 기여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경제무대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켜 줄 것이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중국은 NTR(정상무역관계.이전의 최혜국대우)과
GSP(일반특혜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한.중 양국간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도 철폐 내지
완화돼 양국간 무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직.간접적인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예상되는 것은 한.중교역의 확대와 동시에 우리의 대중국수입이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양국간 무역불균형(한국측 흑자)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 내수시장의 진입.유통장벽이 투텁고, 개방일정 자체도
산업별.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행정규제가 심한 반면에 한국은
시장개방도가 높아 시장접근 내지는 침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각 산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적어도 중국산 저가 소비재공산품,모조품의 수입은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내 노동집약산업 또는 단순자본집약 산업의 생산기반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

한.중 공산품교역의 용도별 무역특화지수를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집약적.자본집약적 중간재에 특화돼 있고 중국은 대체로 노동집약적
최종재에 특화돼 있다.

특히 자본집약적 최종재의 경우 한국의 특화지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이 분야에서의 수입도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집약적.단순자본집약적 중국 제품의 수입 증가는 향후 한국 수출품의
고급화 고부가가치화를 강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자.반도체 산업의 경우 중국의 생산규모가 거대하고 기술과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의 경쟁관계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 분야에서도 선진국기업과 합작생산된 컬러TV VTR 냉장고 세탁기들
이 저가의 유사한 품질로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한국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농산품의 경우는 쌀을 비롯한 곡물의 수입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양념류 유지작물 특용작물 등 조정관세 또는 긴급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WTO 가입은 폐쇄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각종 보호관세의 철폐에 따른
부정적인 요인도 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양국간 수출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는 지금까지의 생산비절감형 제조업투자 일변도의 패턴에서
벗어나 유통 금융 통신 등 중국 서비스 시장에의 진출 노력을 강화해야
하며 투자위험이 큰 기업신설형 직접투자보다는 부품수출이나 라이센싱, M&A
방식에 의한 대중국투자로 위험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수출상품 구조를 고도화하고 구조전환 노력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조정관세 등 수입규제조치 발동기준을 체계화.과학화해 불필요한
통상분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농산물의 경우 검역절차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우리측 산업피해 구제 노력에 대한 중국측의 반발과 통상압력을 줄일
수 있도록 산업피해 구제제도를 합리화해야 할 것이다.

전재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cwchun@kiep.kiep.g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