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폐공사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발언 파문
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국가기관의 도덕성 기반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앞서 당장 산업현장과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발언내용의 진위를 떠나 노동계의 강도높은 공세로 보아 산업평화가 흔들릴
조짐이 농후하며 그럴 경우 우리의 경제회생 노력은 물거품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 진씨는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발언은
"취중실언"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일과성 해프닝으로 덮어버리기에는 상식적
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따라서 노동계와 야당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대중 대통령이 국회
국정조사를 지시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된다.

국회는 신속하게 투명하고도 공정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만약 발언내용대로 공기업 구조조정의 전범을 보여주기 위해 검찰이 파업을
유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발설자와 법무장관의 문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아직도 노사문제를 공작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공안당국의 시대
착오적 의식이 국민의 정부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케이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응당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할 일이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노동계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듯 대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이다.

잇단 파업실패로 출범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민주노총은 이번 파문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과 구조조정의 원상회복 및 정리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10일부터 17개 노조 2만여명이 연쇄파업에 돌입키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역시 오는 16일로 예정된 총파업의 명분을 한층 강화하게 된
셈이다.

산업계와 정부 일각에선 벌써부터 공기업 및 5대그룹 구조조정은 물건너
갔다는 탄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노동계의 자제와 책임있는 행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산업평화와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제회생을 위한 절대적 과제이다.

우리의 경제체질 개선 작업은 어떠한 정치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단돼선
안된다.

만약 노동계가 공권력의 권위 실추를 틈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면 이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파문이 산업현장과 당면한 경제현안에 충격을 미치지 않도록 노사정
모두 책임있는 자세로 사태수습에 임해주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