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여권의 관계자들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나서자 정계와 관계,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재보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집권여당이 옷뇌물 의혹사건으로 빚어진
민심이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국면 전환용 사정정국을 꾀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정국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누구도 부정부패 척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달 강원도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밝힌대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제2건국 운동도, 경제개혁도 허사"이기 때문이다.

맑은 사회,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패척결은 계속될 것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말도 그른 데가 없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도려
내는 것 역시 그들의 기본적인 책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게 된 근원으로까지 꼽히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데에도 아무 이의가 없다.

우리의 절박하고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그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

야당의 주장처럼 집권여당이 최근 수세에 몰린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펼치는 사정이라면 민심을 되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아예 등을 돌려버리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리당략적인 꼼수는 언제나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결과를 빚어왔다.

이는 우리 정치사에 비일비재한 일이다.

따라서 나라의 기본 틀을 바로잡는 차원의 사정이 이뤄져야 한다.

부정부패에 대한 사법처리의 과정과 절차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순리와 정도를 걸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직책의 고하를 가려서도
안 된다.

더구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표적사정이니, 국면전환용이니 하는 논란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정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를 부정부패가 발 붙일 수 없도록
개선하고, 맑고 깨끗한 사회풍토를 가꿔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치의 실종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냉각된 정국이 이번 사정정국으로 더욱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된다.

계층간 갈등을 푸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확대재생산해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경제 역시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투자는 저조하고 수출 역시 기대 이하이며 노사관계도 안정적이라 하기
어렵다.

따라서 집권여당은 정치복원에 적극 나서는 한편 부정부패의 척결도 민주
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