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독일경제상태가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면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다.

독일 경제는 전체 유로권 경제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따라서 독일의 경기부진은 유럽단일통화인 유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
고 있다.

독일이 재채기를 하면 이웃 국가들은 냉기를 느끼고 이에 당황한 투자자들은
유로화를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작년 4.4분기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2%였다.

이 기간중 나머지 유로권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5%였다.

곧 발표될 지난 1.4분기 성장률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독일의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낮춰 잡았다.

작년 2.8% 성장률의 거의 절반밖에 안된다.

일부 민간 경제학자들은 1%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5년 이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유로권 11개국의 평균성장률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뒤져왔다.

실업률도 10.7%로 실업자가 4백만명이나 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선거공약으로 내걸었
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만 해도 독일경제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97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독일 정부의 경직된 거시경제정책에다 사회보장제도나 노동시장등의 기본적
인 개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인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최근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트마 이싱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 약세와 관련해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독일의 정책결정자들
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빔 뒤젠베르크 ECB 총재도 독일의 경제 문제는 경기사이클상의 문제가 아니
라 사회보장제도나 노동시장등 기본적인 개혁이 미비한 탓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일 경기부진의 원인으로 경제의 구조적인 결함뿐 아니
라 국내외의 연이은 충격들을 든다.

지난 90년의 동서독 통일은 최대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동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했고 지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신흥시장의 경제위기도 독일 경제의 발목을 붙잡았다.

독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유럽국에 비해 높다.

특히 독일 수출의 4분의 1이 신흥시장에 의존할 정도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다.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는 독일 대형 수출업체들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큰 수출시장인 영국의 경기둔화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물론 이런 충격들이 문제의 근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비효율적인 세제,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보장 시스템, 과도한 노동 비용등
구조적이고 거시경제적인 요인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

세금 문제는 이미 정부와 재계간의 갈등을 일으켰었다.

오스카 라퐁텐 전 재무장관은 기업 총수들에게 탈세를 하지 못하도록 으름장
을 놨다.

이에 맞서 일부 기업들은 정부가 감세를 약속하지 않으면 본점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협박했다.

현재 저임금 및 비상근 근로자들은 세금과 사회보장 분담금을 면제받고 있다

정부는 이런 특례를 폐지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를 폐지할 경우 약 6백만명의 저임금.비상근 근로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기업이 임금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한스 아이헬 신임 재무장관의 기업친화적인 공약은
일부 기업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집권당인 사민당이 대기업들을 희생시켜 소득 재분배에 주력할 것이
라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물론 독일의 미래가 반드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아직까지 많은 규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관료주의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규제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국민들의 쇼핑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은행들은 조만간 토요일에
도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소식들도 슈뢰더 정부가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자본이득세 감면 등 급진적인 구조개혁을 수행하지 않는 한 경기회복을 가시
화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사회복지라는 시한폭탄을 제거해야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력이 감소하고 연금수령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고
연금 및 의료보험 민영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는 예산적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이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민영화를 가속화하고 미숙한 서비스 분야의 추가적인 규제철폐를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분야에서의 진전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시장친화적인 일부 정치인들은 독일을 "폐쇄사회(blocked society)"
라고 혹평한다.

폐쇄사회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결단이 요구된다.

정부의 대결단이 없이는 독일은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빠른 시일내에
벗어던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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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6월11일자 >

< 정리=고성연 국제부기자 amazing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