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고려대 교수 / 경영학 >


한국경제신문이 새로운 지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지 3주가 되었다.

기존의 면이 대폭 개편되었다.

특히 오피니언 면이 매일 두면으로 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개편은 독자, 즉 고객을 지향하는 신문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오피니언 면에 게재되는 기존의 취재여록과 새로 생긴 특파원코너 덕분에
기자들이 취재일선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바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공식적인 기사에서는 찾기 힘든 기자들의 솔직한 느낌과 예리한 통찰력을
발견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의미에서 3일자 "옷 로비 영화 감상" 취재여록은 지난주 최대의 사회적
뉴스였던 옷 로비사건을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의 현 수준에 비유한 위트
넘치는 칼럼이었다.

오피니언 면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월드투데이"이다.

이 칼럼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고급내용들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이는 세계경제흐름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대학 강의자료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지난주에는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린스펀 미국 FRB
의장이 보호무역의 부작용에 대해 피력한 견해를 소개하였다.

이는 세계경제의 성장은 각국 시장의 개방을 통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준 수준 높은 칼럼이었다.

지면구성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

왜 경제지에 매일 골프란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여러 스포츠 분야를 커버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골프만을 매일 한 면씩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세리의 쾌거 이후 골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경제신문의
독자 중 과연 몇 명이나 골프를 치고 이 면을 매일 읽을까.

독자지향의 신문을 추구하는 한국경제신문에 잘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
다.

지난주의 주요뉴스는 단연 재벌부인과 장관부인들이 연루된 옷 로비 사건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무리없이 여러 관련기사를 처리한 것처럼 보인다.

무난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을 밝힐 수는 없었을까.

물론 이 사건이 경제분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그토록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었던 근본 이유를 살펴보면
이 사건도 결국 경제와 관련된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다.

즉 국민들은 한 재벌부인이 벌인 남편구명 로비 그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혼 금반지
까지 내놓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을 때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 공직자
부인들이 수백만원씩 하는 고급 옷을 척척 사 입고 다녔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의 사설이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주 우리경제와 관련된 또하나의 관심사는 새로운 경제팀의 재벌구조조정
관련 발언이었다.

재경부 장관은 5대 그룹이 부채비율을 감축하지 않은채 새로운 사업에 진출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고 금융감독위원장도 비슷한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LG의 대한생명 인수입찰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하여 4일날 좀더 신중한 재벌 정책을 펴라는 요지의 사설이 실렸다.

이 글은 더욱 일관성있고 신중한 5대그룹 관련 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5대
그룹의 신규투자가 살아나야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된다는 논지를 펴면서
대기업의 투자분위기를 살리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중 일관성 있는 5대그룹 정책을 요구하는 내용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투자분위기를 살리는 정부정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이 사설에서는 5대그룹의 신규투자와 신규사업 진출이라는 두 가지
다른 내용을 동일시하고 있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신규투자는 기존의 사업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
하는 신규투자는 꼭 필요하다.

구조조정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역량이 없는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핵심역량이 있는 사업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밝힌 반도체, LCD사업부문에 5조 여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역량강화를 위한 신규투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신규사업 진출은 다르다.

기업구조조정기에는 신규사업 진출은 아무리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신규사업진출은 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야지 사업자체의 매력도나 성장성
을 기준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LG의 생명보험사업 진출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뤄져야지 기업의 신규투자
관점에서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주엔 더욱더 알차고 독자 지향적인 내용의 지면을 기대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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