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4년생 짠돌이 3인방의 ''재테크 6개월 작전'' ]

[ 이야기손님 : 김미화 < 연예인 >
김찬경 < 미래유통정보연구소 소장 >
정광영 <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최현만 <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
문순민 < 하나은행 중앙PB센터장 >

취업문이 IMF이후 바늘구멍이 돼버린 지금, 복사꽃(대학 복학생 4학년을
지칭하는 속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작 대학문을 나서도 반겨주는 곳이 거의 없기때문이다.

이런 현실탓에 실업회피를 목적으로 휴학계를 내거나 행시나 사시를
치르는게 속 편하다며 고시촌을 기웃거리는 학생이 적지 않다.

젊음과 패기의 상징인 대학생의 원래 모습이 이처럼 옹색해진 것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심정이 착잡하기만 하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는 자에겐 문이 열린다는 옛말처럼 이
엄청난 난국 속에서도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학생이 있다.

평소 한국경제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경제지식과 정보를 쌓고 있던
경제학도 3명이 바로 그들이다.

세사람은 최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쳐 1천만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향후 6개월동안 운용한뒤 그 결과를 토대로 졸업후의 인생거취를 모색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세 사람의 각오는 대단하다.

지금 서있는 이 땅이 사막일지라도 살아남겠다는 생존 의지가 철철 넘친다.

더군다나 경제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학내에서 추잡스럽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셈에 밝고 헛튼데 돈을 안쓰는 그야말로 학원가 짠돌이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재테크는 무엇일까?

학원가 짠돌이들은 고민끝에 재테크 사랑방을 찾기로 했다.

이들을 맞이하는 재테크 4인방의 얼굴 표정이 전에 없이 신중하고 심각하다.

오늘의 어려움을 젊은이들에게 안겨준 기성세대가 갖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 듯하다.

개그우먼 김미화의 고민도 함께 어우러진다.

김미화가 자칭 인생의 선배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요즘 대학생들 머리가 좋잖아.

조금만 부지런하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것같은데.

더군다나 1천만원을 모았다면 충분히 할 거리가 있을꺼야"

김미화의 말에 장사꾼 김찬경 소장이 창업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스스로 개척한다는 정신만 있다면 오늘날의 취업전쟁이 오히려
훌륭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미국의 실리콘밸리만 봐도 그래요.

입주업체들의 상당수가 대학생들로 구성된 벤처회사들입니다.

이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인터넷사업을 전개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어요.

오늘 제가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도 역시 같은 맥락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업입니다"

"인터넷전자상거래라면 인터넷 안에서 상품유통을 한다는 말이죠?"

학생들이 확인하듯 물었다.

"그래요.

지금 이미 활성화된 상태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겨날 거예요.

지난 96년 14억원에 불과하던 전자상거래규모가 지난해에는 3백억원
수준으로 증가했어요.

그러니 2000년에는 그 배가 되지 않겠습니까.

장기적 안목으로 봤을 때 가장 유망한 창업 아이템인 거죠"

"그러면 인터넷상에서 창업을 하는건데 전 뭘 어떻게 하는건지 통
모르겠거든요?"

김미화는 지금까지 인터넷을 접속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죠.

대학생이면 이 정도 내용은 다 압니다.

서버시스템, 쇼핑몰 프로그램, 카드를 이용한 결제시스템등을 총괄적으로
구축하는데 1천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창업을 해서 3명이 수시로 돌아가면서 관리하면 되죠"

"아무래도 대학생 3명이서 하니까 규모면에서 작잖아요.

실속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섬세한 살림꾼 김미화의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아이템으로선 20,30대 남성 네티즌의 관심을 끌만한
상품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애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라든가 명절이나 집안의 기념일에
사용할 수 있는 토산품, 구하기 어려운 전문서적도 괜찮은 아이템이죠"

김 소장의 창업얘기가 끝날즈음 문순민 지점장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요, 저는 대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실전투자에 앞서 모의 투자를 해보라는 겁니다.

창업도, 주식도, 부동산투자도 한번씩 해보는 겁니다.

가짜로 하는거니까 돈들일도 없잖아요.

주식투자의 경우 사이버상에 수익률게임 프로그램도 있고 모의주식투자
대회까지 열리고 있을 정도니까 재미있어요"

문 지점장이 모의주식투자를 권하자 증권도사 최현만 상무가 화제를
주식으로 돌린다.

"모의투자를 해보고나면 1천만원으로 직접 실전에 들어가 보는 겁니다.

실제로 1천만원 정도의 주식투자를 하는 대학생들이 적지않아요"

"대학생한테 1천만원이면 상당히 큰 돈인데 잃으면 어떡해요?"

김미화가 염려스런 표정으로 최 상무에게 물었다.

"주식투자의 기본에 대해서 누누히 말씀 드리는 거지만 기본원칙만 지키면
본전 잃을 사람 없어요.

내재가치 있는 우량주부터 주의깊게 보십시오.

위험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리스크부터 체크하고 매매하십시오.

그리고 분산투자, 즉 종목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겁니다.

이 것만 잘 지키면 까딱없어요.

그리고 전공 분야를 떠나서 주식공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은 은행, 증권사 구분할 것 없이 주식투자가 주요업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공개 자본시장의 원리를 알고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지력을 갖고 있어야 이 급박한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최 상무의 말에 문 지점장이 한마디 거든다.

"경제학자이자 투자의 대가인 피터린치는 경제나 경영보다는 역사나 심리학,
철학과 같은 분야의 공부가 주식투자에 더 많은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어요.

거시적 안목은 폭넓은 소양에서 비롯된다는 얘기죠.

요즘 대학생들은 다들 기능인이 되려고 해요.

소양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참 훌륭하신 말씀이시네.

감동의 물결입니다.

근데 그래도 중요한건 돈 1천만원 가지고 어떤 종목에 주식을 사야하는가,
이게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학생들이 발빠른 정보를 캐낼 수 있을까요?"

김미화가 최 상무에게 다시 물었다.

"재무관리표를 보면 내재가치가 있는 종목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1등 회사는 전세계 1등 회사입니다.

한국의 주식이 우량하냐, 아니냐는 세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다시말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종목이 우량주라는 말이죠.

철강이나 반도체 분야를 잘 보시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겁니다.

정 자신이 없으면 증권사에 찾아가서 뮤추얼펀드매니저의 자산운용테크닉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한방법입니다.

그런다음 자신이 뮤추얼펀드 매니저라고 생각하고 진짜 뮤추얼펀드 매니저와
경쟁해보는 겁니다"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서 해보는게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러면 부동산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1천만원 가지고 3명이서 공동명의로 땅을 사야하나요?"

김미화가 부동산 전문가 정광영 소장에게 물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재테크든 무엇이든간에 모든 경제활동의 출발점은
부동산입니다.

땅은 모든 생산과 경제수단의 기본이자 원동력입니다.

그런데도 돈 벌어서 맨나중에 땅을 사겠다는 개념이 머리에 박혔어요.

그게 아니거든요.

특히 학생들이 다른 경제 공부는 잘 하면서 부동산 공부는 안해요.

정말 갑갑합니다.

1천만원정도면 충분히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으니 부동산투자를 한번
해보세요"

"뻔하지 뭐, 또 땅이겠지"

김찬경 소장이 신통찮다는 표정으로 말을 던진다.

"하여간 김 소장님은 날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셔..

지금부터 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우선 3명이서 3개월동안 제각기 다른 분야의 부동산 공부를 하세요.

한사람은 경매장에, 또 한사람은 공매장에, 나머지 한사람은 일반 중개업소
에 딱 석달간 출근하는 겁니다.

그리고 매일 일기쓰듯이 그날 그날 배운것을 비교해가며 토킹 어바우트
(Talking about)를 하는거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잊어선 안될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죠?"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김미화가 물었다.

"한국경제신문을 매일 읽으라는 겁니다.

한경보면 경제 돌아가는거 다 알 수 있고 특히 부동산 정보는 정확하거든요.

중개매물란, 부동산 정보라인 코너는 아예 스크랩을 해두면 도움이 되어요"

"따로 참고서를 살 필요없겠네.

한국경제신문이 교과서네"

"그렇죠.

경제신문이 많은데 한경이 제일 정확하더라고요.

그렇게 석달을 보냈으면 한달 정도는 모의투자를 해봐야 합니다.

물건들이 뭐가 나왔는지 모의로 구매해보고 팔아보고 계약해보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고나면 부동산이 훤히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물건의 장단점 파악서에서부터 장래 수익성까지 한눈에 보여요.

도사가 되는거죠"

"어떤 물건이 좋은데요?"

여전히 김미화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공매 물건 3천만~4천만원 짜리를 1천만원에 살 수있는게 있어요.

계약금 10%만 내도 자기 소유가 되니까 바로 임대를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자기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 있다는건 어마어마한 정신적 위안이
되는 거라고요.

임대를 한다면 전세 1천5백만원은 받을수 있으니까 시작부터 5백만원은 벌고
들어가는 셈이죠"

"알고나니까 머리 싸매고 취직 걱정할 필요가 없네요.

뚫을 길이 너무 많군요"

전문가들의 조언에 학생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취직이 어렵다고 일찌감치 낙담하거나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해선 안될
것이다.

희망을 향해 성실히 가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서명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