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다시 채찍을 든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으로 잠시 잠복해 있던 "큰 근심거리"(대우)가
하나둘 다시 수면위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팎으로도 기업구조조정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뿐이다.

4월말 정.재계간담회이후 기업구조조정 추진상황을 조용히 지켜본 금감위로
선 다시 고강도 압박작전을 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 진척없는 빅딜 = 빅딜(사업교환)은 말이 나온지 1년이 넘었다.

그러나 반도체빅딜을 빼고는 완결된게 없다.

삼성자동차문제는 손실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삼성계열사들이 조금씩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내놓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대우는 해법에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반도체 빅딜때처럼 여신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항공빅딜은 오는 7일께 통합법인측이 요구하는 금융지원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F16기를 대당 5천만달러에 사줄만한 예산을 따로 편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과 채권단간 이견은 그리 쉽게 좁혀지기 어려울 듯하다.

나머지 빅딜도 달라진게 별로 없다.

금감위가 "칼"을 빼들고 다시 으름장을 놔야 하는 상황이다.


<> 5대그룹 구조조정 =금융당국은 그동안 5대그룹에 대해 엄포만 놨다.

그러나 6월이 지나면 반기실적을 평가해 성적이 나쁜 곳에는 매를 든다는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인 한빛 제일 외환은행이 "독려방안"을 마련중이다.

여기에는 성적이 나쁘면 금리를 올리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포함된다.

신규사업 진출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강봉균 재경부장관과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5대그룹에 "신규진출 자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압박작전은 계속된다.

대우그룹에 대해선 서울힐튼호텔의 자산매각, 한통프리텔주식매각 등
가시적 성과 한두건이라도 내놔야 할 것 아니냐며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와는 한라중공업 인수문제를 놓고 "그럴 돈이 있느냐"고 다그치고 있다.

이같은 압박작전에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수진을 친 상태다.

2.4분기 실적을 점검하는 7월말이나 8월초까지 강성기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 워크아웃기업의 부실화 =워크아웃기업중 상당수가 부실해져 다시
워크아웃을 해야 할 처지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지난 3일 이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최소한 20개안팎이 대상이다.

워크아웃 1호기업인 고합이 2차 워크아웃에서도 1호가 될 듯하다.

한국기업평가가 실사중이다.

나머지 기업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도를 억지로 막은 1차 워크아웃에 이어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고 출자전환
도 과감히 하는 2차 워크아웃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 시한 넘긴 6대이하 그룹과의 약정체결 =부영 화성산업 대림수산 무림
삼보컴퓨터 등 올해 새로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6개그룹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시한(5월말)을 넘겼다.

금감위로선 큰소리를 낼수밖에 없다.

주채권은행은 이들 기업이 내놓는 재무개선계획을 계속 반려하고 있다.

금감위가 더 강력한 자구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