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 미국 FRB 의장 >

세계경제는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국가간 교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재화와 용역의 수입비중은 25년전
14%에서 최근에는 24%로 2배 가량 높아졌다.

이같은 국제무역의 획기적인 증가세는 기술혁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첨단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으로 노동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됐다.

기술혁신으로 제품의 경박단소화가 급진전되면서 거래비용이 줄어든 것도
교역을 촉진시켰다.

통신기술 발달도 무역증가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기술혁신을 배경으로한 세계교역의 증가로 보호무역과 같은 폐쇄적 경제
논리는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사양산업에 대한 보호철폐와 시장개방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경제의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은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의 산물이다.

그러나 경쟁에 뒤진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본이 사양산업에서 더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않다.

이는 결국 발전을 저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차후에 새롭게 변화된 경제환경
에 적응할때 더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자유무역을 촉진하려는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미국 행정부의 법안은 의회의 승인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과거 반세기동안 선진국의 관세장벽이 크게 낮아졌지만 다른 무역
장벽은 여전히 높다.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차원의 산업보호정책
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무역"이라는 대의명분이 따라붙는 이같은 형태의 조치는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기 일쑤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산제품의 가격이 생산단가보다 낮을때 부과된다.

그러나 수입품의 가격하락은 소비자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제품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반덤핑 관세는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약탈적 행위(predatory behavior)나 의도적인 독점강화 행위, 의도적인
경쟁자 배제행위등이 그것이다.

경제발전은 경쟁의 산물이다.

경제발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진보의 수레바퀴
를 멈추게 하는 것은 엄청난 비극을 부를 뿐이다.

때문에 산업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할 게 아니라 해당산업 종사자에
대한 직업기술교육이나 재교육등을 강화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무역장벽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자본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호무역은 또 더 생산적인 부문으로 노동력이 옮아가는 것도 가로막는다.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결국 그나라의 경제는 낙후된다.

오늘날 각국의 무역정책이 고용정책과 맞물려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무역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잘못된 논거에 바탕해 자유무역
을 촉진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국가간 교역을 하는 이유는 경쟁의 결과로 얻게되는 생활수준의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교역이 반드시 일자리를 늘리지는 않는다.

경험적으로 무역이 장기적으로 고용수준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를 찾기는
힘들다.

미국경제가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무역과 고용에 상관관계가 크지 않음을 반증
하는 것이다.

그동안 "무역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그 후신인 세계무역기구(WTO)
가 무역장벽을 없애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국의 통상법이나 국가간 무역협상에서는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협상은 대개 상대국의 희생아래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무역은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잃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무역장벽을 낮추면 서로가 이익을 본다.

설사 한쪽에서만 무역장벽을 낮추더라도 장벽을 낮춘 쪽이 이익을 보게
된다.

무역장벽을 높이는 보호무역정책으로는 어떤 이익도 얻을 수 없다.

무역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최근 미국내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경쟁적인 진보를 가로막을 경우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의 둔화는 불가피하다.

이것은 결국 노동자들이 더많은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항해 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도 늦춰지고 더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설사 무역상대국이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조치에 보복하지 않더라도 결국
손해를 입는 것은 미국이다.

보호무역으로 미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대전이후 국제적인 시장개방의 첨병역할을 해왔고 그결과 많은
이익을 누려왔다.

따라서 보호무역조치로 인해 세계경제의 자유경쟁이 저해돼서는 안된다.

------------------------------------------------------------------------

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 비즈니스컨퍼런스에서 행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박영태 국제부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