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본사독점전재 ]


인도네시아 열도가 국회의원 총선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7일 40년만에 처음으로 자유총선이 치러진다.

장기간의 독재끝에 갖는 총선인지라 기대가 대단하다.

48개에 달하는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중 45개는 신생 정당이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9일 수도 자카르타 시내는 각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환호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형형색색의 플래카드와 정당의 정책을 담은 팸플릿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지자들이 모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경적소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자유의
몸짓이었다.

1년전의 살육과 무질서로 얼룩졌던 인도네시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분위기는 평온하고 시민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자카르타 시민들은 이번에 장기집권의 골카르당을 권력의 경계선 밖으로
끌어낼 기회를 갖게 된 데 매우 만족해하는 듯하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B J 하비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골카르당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하비비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수하르토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후 고군분투해왔다.

수하르토의 "심복"으로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다.

하비비는 집권후 수하르토가 남긴 짐들을 벗어던지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골카르당을 다수당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게다가 몇가지 요인들이 하비비를 기쁘게 한다.

우선 후원회에서 나오는 자금이 풍부하다.

2천여만명이 살고 있는 수많은 섬들에 튼튼한 하부조직을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선거 부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정권이 바뀌는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
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하비비 대통령이 골카르당이란 "인기없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에 골카르당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재집권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골카르당은 최근 차기 대선에는 하비비 대통령이 단일 후보로 나간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내달 있을 총선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전체 5백명의 의원중 4백62명의 민선의원을 뽑는 행사다.

나머지 38명은 군부대표로서 군대에서 선출한다.

국회의원들은 올 연말까지 대통령을 간선으로 뽑을 국민협의회 2백명을
선출하게 된다.

골카르당은 일찌감치 하비비를 단일 후보로 내세워 선거전략에서 스스로
타격을 입혔다.

후보가 일찍 나오면 경쟁자들의 공격 목표가 확실해진다.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골카르당은 대선 후보 명단에다 군부 대표나 국회의장 재무장관 등을 포함
시켜 야당의 선거 전략을 혼선시키는 꾀를 썼어야 했다.

골카르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의원들이 처음부터
후보 발표를 하지말자고 반대하기는 했다.

이들은 이런 전략으로 인해 정적들의 집중포화를 받을 뿐 아니라 골카르당
역시 과거 수하르토의 잔영일 뿐이라는 이미지만 부각시킬 것이라고 지적
했다.

골카르당의 적전분열 상황은 야당에는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3개 유력 야당 지도자들은 여당을 무너뜨리기 위한 "연합전선"
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이끄는 인민민주당(PDI)과 인도네시아 회교계 지도자중 하나인 아미엔
라이스의 국민위임당(NMP)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성향과 배경이 달라 연합이 유지될지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도 있으나
야당연합 세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연합전선 발표후 회교 세력권인 통일개발당(UDP) 정의당(JP)도 야당연합에
동참을 선언했다.

이전까지 골카르당의 연정 세력으로 분류되던 UDP와 JP가 하비비의 강력한
라이벌인 메가와티쪽으로 합류함에 따라 하비비와 집권 골카르당은 정치적
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야당은 현재 하비비 정권 축출이라는 공감대 아래 정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구나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부정축재 내역을 파헤치는 일을 제대로 수행
하지 못해 화를 자초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해외에 수십억달러를 숨겨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은 수하르토의 축재를 파헤치지 못한 상태에선 집권 골카르당에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골카르당에 대한 국민지지도는 13%에 불과
하다.

야당연합은 40%를 넘는다.

PDI의 메가와티 당수에 대한 인기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PDI 단독으로는 국회 과반수가 불가능하겠지만 야당연합
전체로는 골카르당을 압도적으로 누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골카르당이 금권 선거운동만 하지 않는다면 총선 승리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다.

야당연합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대선까지 야당연합이 지속될 수 없다.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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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5월28일자 ]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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