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


독자들에게는 정부 경제팀의 변화는 "큰 사건"이다.

경제팀을 맡는 사람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도 중요하지만 경제팀의
인물 분석, 역학관계, 그리고 정책기조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분석이 5월25
일자나 26일자에 실렸어야 했다.

그리고 새 경제팀에 바라는 한국경제의 과제와 해법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루어졌어야 했다.

26일자 8면에는 임혁 기자의 "삿갓 쓴 시장경제"와 김경식 특파원의
"관치금융 부활하는 일본"이란 글이 실렸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곳곳에 충만한 가운데서도 이런 유의 경고들을
제공하는 것이 언론인의 임무라 생각한다.

특히 ''삿갓 쓴...'' 제하의 글은 시점, 내용, 그리고 제목 선택 면에서 아주
우수하다고 평할 수 있다.

늘 문제의식을 갖고 활동하기에 그런 글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6일자 정보통신면에는 루슨트테크놀로지의 김종훈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앞서가는 김 사장 같은 인물의 강연이나 인터뷰는
뉴트렌드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산칼럼이나 한경시론에 정보통신분야나 벤처분야에서 뉴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글을 적극적으로 게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체로 한국 신문들의 칼럼이나 기고는 지나치게 정책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이제 이런 과거의 추세가 바뀌어져야 할 때이다.

같은 날 제46차 세계광고주 대회 내용을 두 면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27일 뉴미디어면에서 다룬 "디지털시대의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이나
"광고의 인터넷"과 같은 내용은 신선한 부분이다.

단순히 두 면에 걸쳐서 평면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발제자인
IBM월드와이드 홍보본부장인 리처드 셀베이지 씨나 멕켄에릭슨사의 매드포스
이사와의 인터뷰를 다룬다든가, 충실한 발제문 게재가 있었다면 다른 신문과
의 차별화를 분명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미리 받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독자가 원하는
상품을 발굴해 내려는 기자의 의지가 아쉬웠다.

같은 날 섹션인 "더 사이버"는 무척 유용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인터넷 쌀가게 사이트를 개설한 이종우씨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정보기술혁명이란 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확인시켜준 기사였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획이었다.

27일자 17면에는 산업자원부 선정 지식인 9인의 업적과 프로필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기사는 조금 더 자세히 다룰 필요가 있었다.

그날 17면에 실렸던 뉴테크와 신개발에 대한 기사들은 촌음을 다투는
기사들이 아니다.

이것을 빼고 신지식인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가들이고, 그들의 학벌이나
경력 등이 보통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다.

자칫 딱딱하기 쉬운 경제지는 가능한 이런 류의 휴먼 스토리를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28일자 3면에는 사외이사제의 운영 실태에 대한 긴급점검을 다루고 있다.

사외이사제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경제 신문이 다른 일간지와 달리 차별화된 기사를 내놓을 수 있는
좋은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번 긴급점검은 그다지 잘 구성된 것 같지 않다.

내용도 많은 독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권고안,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개선
위원회 활동, 그리고 현안과 문제점 등을 묶어서 3~4회 정도 시리즈로
다루어 볼 만한 주제이다.

이왕 다루기로 결정한 주제라면 그 내용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날 민간경제연구소의 성장률 수정전망이 3면에 간략하게 실렸다.

경제지를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최근에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민간연구소들이 잇따라 내놓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단순히 수정전망치만을 기사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충실한 해설기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여력이 허락한다면 이즘에서 국내외 경제연구소들과 투자은행 등의 경기
전망을 함께 묶어서 한국 경제에 대한 개관을 제공하는 것도 독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될 것이다.

같은 날 퇴출금융사의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는 예금보험공사의
발표는 대단한 의미 있는 기사라고 할 수 있다.

29일 사설이나 칼럼에는 이 주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했다.

이 사안은 운용 여부에 따라 시장경제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공권력의 남용이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의 투명성과 적법절차 등 합리적인 운용을 위한
방향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29일 산업면의 주요기업 인센티브제도 현황을 모은 기사는 시의적절하였다.

한발 앞서 보상제도의 시스템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 www.go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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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60년생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
<>일본 나고야대학 객원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