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로자의 씀씀이는 이미 IMF를 졸업했다.

문제는 소득은 아직 신통치 않은데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경제성장률은 4.6%를
기록했지만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0.5% 줄었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근로자보다 자영업자나 사업주 등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들의 소비지출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처음으로 8.9%의
증가세로 돌아서 소비 심리의 빠른 회복세를 보여줬다.

이에따라 소비성향이 74.8을 기록했다.

1백만원 벌어 75만원 썼다는 뜻이다.

9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이다.

소비성향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이던 95~97년에도 72% 미만
이었다.

IMF이후 60%대로 급락했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70%대로 회복됐다.

일단 소비경기는 되살아나고 있다는 청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견실하지 않다.

가계의 평균 소득은 줄어들었는데도 일부 고소득 계층의 씀씀이만 커진
것이다.


<> 부유층 중심의 소비증가 =소비지출이 외식비, 교양오락비, 자가용구입비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계속적인 증가를 보이던 외식비가 작년 한해동안은 감소세를 보이는듯
했으나 금년 1분기에 다시 큰 폭의 증가로 돌아섰다.

식료품비 지출중 주식의 비중은 1.4%포인트 증가한 반면 부식의 비중은
2.7%포인트 감소했다.

교양오락비는 TV, CD플레이어 등 오락용품과 관람료, 단체여행비 등 오락
서비스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교통통신비는 개인교통비(19.8%)와 통신비(29.0%)의 증가로 작년동기대비
19%나 증가했다.

자가용구입비의 증가는 특히 두드러졌다.

전년동기대비 1백66% 증가했는데 97년 1분기 37.7% 감소, 작년 1분기 67.0%
감소와 비교하면 크게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다른 자료에 의하면 전년동기대비로 작년 57.3% 감소
하였던 승용차판매가 금년 1~2월중에는 35.6% 증가했다.

특히 대형차의 경우 금년 1~2월중 전년동기에 비해 판매대수가 6배 이상
늘어났다.

또 지난해 30%대의 감소율을 보였던 세탁기판매가 금년 들어 30% 증가를
기록했다.

컬러TV 판매도 소폭 증가로 돌아섰다.

그밖에 작년 4분기중 증가세가 낮아졌던 휴대용전화기의 판매가 금년
1~2월중 대폭 증가했으며 지난해 급감했던 승용차 골프용품 수입도 다시
늘어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재경부 관계자는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애써 모아놓은 외화가 유출되는 등 위기극복에 필수적인 경상
수지 흑자확대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우려했다.


<> 주가급등이 주요인 =소득은 줄었는데 소비가 증가한 주된 이유를 최근의
주가급등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최창규 조사역은 실증분석을 통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주가상승이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주가상승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는 주식시장이 크게 발달하고
금융자유화가 일찍이 실현된 미국,영국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독일, 프랑스에 비해서는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경제의 기초여건이나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경상수지 악화, 물가불안 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더욱 발전하고 금융자유화가 진전되면 주가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한은조사역은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어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도 소비증가에 상당한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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