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처음 만날 때 "뭐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니"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보다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아이를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답은 "..."(답을 못하는 경우)
"특별하게 노는 게 없어요" "컴퓨터와 놀아요"등과 같은 것들이다.

부모들 입장에서 자녀가 거의 하루종일 또는 시간만 나면 컴퓨터에만 몰두
하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뗄 수 없는 존재로 생활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컴퓨터가 가진 장점에는 정보지식의 축적, 인지기능의 발달, 긴장해소,
대리만족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도 컴퓨터에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면 나쁜 영향을
가져온다.

사회성 발달에 지장을 받을 수 있고 신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특히 초등학교 연령은 단체생활,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따라서 동네아이들, 학교친구들과 모여서 축구시합을 하거나 여러 놀이를
함께 할 줄 알고 즐길 줄 아는 것은 사회성 발달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 오래 컴퓨터에 몰두하게 되면 운동부족, 시력장애, 전신피로감 등이
생긴다.

혼자서만 노는 자폐증 아이들은 사회성이 결여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

따라서 관심이 자기 안으로 국한(자폐)된다.

그래서인지 증상이 조금 나아져도 컴퓨터와 같은 비생명체에 관심을 보일
뿐 사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늦게 나타나든지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어린이 자폐증의 심각성을 늦게 파악하는 부모가 많은데 그것은
자폐증 자녀가 혼자서 잘 놀고 부모나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기 때문
이다.

물론 자폐증이 사회성 결여라는 병 때문에 주위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늘 텔리비전에만 몰두함으로써 자폐증은 아니지만 자폐적인
상태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녀들이 컴퓨터에 너무 빠져들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자녀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

부모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른 애들도 다 그런데요"라는 말은 좋은
부모로서의 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교육을 잘 하는 부모는 자녀에게 장시간 컴퓨터나 오락을 허용하지
않는다.

얼마나 자녀가 부모의 제한에 잘 따라오게 하느냐 하는 방법이 신경써야
할 문제일 뿐 제한을 둔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 신지용 교수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신경정신과 소아청소년클리닉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