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민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


나라안팎의 금리동향이 관심사로 등장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18일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바꾸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멀지않은 장래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관심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긴축정책은 우리경제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논란을 빚었던 금리문제는 "정부가 금리상승을 유도할 생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달리 표현하면 현행 금리수준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지난 1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금융감독위원회 고위당국자들이
모여 그같은 결론을 내린데 이어 19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외신기자와의
회견에서 "고금리정책을 쓸 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정부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해 국고채 등 장기채권금리도 그동안의 오름세가
주춤해지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금리논란은 잠복되었을 뿐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경제는 그동안 금리를 낮추는 것이 숙원처럼 돼있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든가,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것 등이
늘상 지적되던 과제였다.

그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금리가 너무 낮지 않으냐에 대한 요즈음의 논란은
웬만한 경제상식을 갖춘 사람들에게조차 무척 생소하다는 느낌을 준다.

더구나 은행들은 대출수요가 없어 울상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은행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여유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야
할텐데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아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가 떨어지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왜 금리수준이 너무 낮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가.

가장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기업구조조정 의지의 후퇴다.

주가가 뛰고 자금사정이 호전되는가 하면 금융비용도 줄어 과거의 기준으로
는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되살아 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업이 되살아나는 것을
잘못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경쟁력향상에 노력하고, 특히 미래형
산업구조로의 재편을 위한 동기부여가 후퇴할 가능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금리수준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기회복을
받아들이는 기업들의 자세가 관건이 아닌가 싶다.

낮은 금리와 경기회복을 일시적인 위기탈출의 방편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한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만약 경기회복이 과거로의 회귀에 그친다면 "제2의 경제위기"를 예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금리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걱정은 시중유동성이 과잉이 아니냐는 의문
이다.

소비수요의 증가와 주가상승 등이 기업들의 수익제고와 투자확대 등 실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자칫 거품현상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과연 우리 경제가 물가를 걱정할 만큼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않다.

아직도 유휴설비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설령 돈의 흐름이 빨라진다
하더라도 물가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판단기준을 놓고 보면 최근의 저금리에 대한 걱정, 또는 금리인상의
주장은 아직은 빠른 감이 있다.

정부가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도 그같은 판단
에서라고 믿는다.

저금리 유지로 소비수요 자극은 물론 증시 활성화를 지속시켜 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그같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은 최소한 증시에 악재는 아니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재료는 금리보다 물량공급의 확대다.

연말까지 30조~40조원의 증자수요가 예정돼있다는 것은 시장으로서 버티기
힘든 수준이 아닌가 싶다.

증자물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단은 마땅치않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대책이
강구돼야할 시점이다.

예컨대 무리한 기업부채비율 축소요구에 대한 재검토 등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부채경영 병폐는 마땅히 시정돼야 하지만 수단과 방법은 합리화시킬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물량공급이 늘고, 그로 인해 주식시장이 침체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 금리동향보다 물량공급 추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