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수산물사업부는 전세계 명태 생산량의 절반을 취급한다.

러시아산 명태를 사서 유럽 미국 동남아 등지에 되파는게 주요 업무.

그만큼 출장도 잦고 해외바이어와도 긴밀한 연락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사업부의 오용균 차장은 요즘 거의 출장을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인터넷 덕이다.

예전에는 바이어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카탈로그를 챙겨들고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사업부 전용 홈페이지인 "마린프로덕트"를 개설하고 난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 차장은 "바이어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와 제품의 사진과 가격 사양 등을
조회한 뒤 주문을 한다"며 "급한 요청이 있을 경우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 준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메탄올사업부는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협력업체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메탄올의 특성상 거래처의 주문처리와 물류에 대한 통제가 중요하기 때문
이다.

"에코"라 이름붙여진 이 시스템의 구축이 하반기 완료되면 상품에 대한
주문과 처리가 인터넷에서 이뤄지게 된다.

두 사업부만이 아니다.

삼성물산의 각 사업부는 현재 자체적인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를 본사의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거대한 "인터넷 경영혁명"을 추진중
이다.

본사도 예외는 아니다.

상품주문과 배송은 물론 파이낸싱, 법무지원, 거래처 신용조사, 뉴비즈니스
정보제공 등 종합상사의 모든 업무와 기능을 인터넷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삼성물산의 전직원들은 한명 한명이 "뛰어다니는 오퍼상"
으로 변신한다.

지구촌 어느 곳에 있더라도 인터넷을 열고 제품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배송한 상품이 지금 어느 바다위를 떠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거래처의
신용도도 곧바로 조회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전세계 지사와 임직원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이버 트레이딩
컴퍼니"로 변신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새 경영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도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거래선은 삼성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약이행사항이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조회하는 것은 물론 신규사업에 대한 각종 정보까지 상세히 제공받을 수
있다.

삼성물산이 "e-코퍼레이션"으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것은 97년.

이 회사가 주목한 것은 인터넷이 확산되며 전세계의 불특정 다수가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이같은 흐름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장사가 될 만한 물건을 사고 되팔아
이문을 챙기는 종합상사에는 중대한 위협이었다.

과거에는 정보가 "돈"이었다.

종합상사의 성장배경은 옆나라의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각국의 정보를 안방에서도 받아보는 정보시대에서는
남들이 못하는 "플러스 알파"를 찾아야 했다.

임영학 경영기획팀 이사는 "거래선과 상품을 찾는 단순 무역중개업무외에
다른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찾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시의 위기감을 전했다.

사이버기업으로의 변화방향은 크게 두가닥으로 잡혔다.

첫째 전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둘째 파이낸싱 법률 정보서비스 등을 협력업체와 공유함으로써 본사는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이버 비즈니스 센터로 변신한다는 것이었다.

각종 상품을 디지털 카탈로그로 전시하고 즉석에서 거래까지 진행시키는
KBP(Korea Best Product)라는 사이버전시장 건립도 추진했다.

삼성은 사이버 종합상사로의 변신외에 <>인터넷 쇼핑몰
(www.samsungmall.co.kr)의 활성화 <>소프트웨어 콘텐츠 컨설팅 등을 제공
하는 뉴비즈니스의 창출도 신규사업으로 설정했다.

이금용 인터넷사업팀장은 "인터넷은 종합상사의 사업개념과 들어맞는
새로운 도구"라며 "인터넷에 소비자는 물론 기업간 거래까지 책임지는
거대한 전자상거래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컴퓨터와 통신망 등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였다.

때마침 닥쳐온 IMF로 온나라가 구조조정 열풍에 휩쓸렸지만 삼성은 빌딩을
매각한 대금으로 컴퓨터를 사고 통신망을 연결했다.

장성훈 정보전략담당 부장은 "남들은 이해못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현명관
부회장과 CIO인 제진훈 부사장 등 경영진들의 의지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e-코퍼레이션으로서 인터넷시장의 75%를
점유할 것으로 보는 기업간 상거래시장을 선점할 채비를 완료했다.

임 이사는 "올해안으로 시스템이 완성돼 본격 가동되면 명실상부한 사이버
종합상사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0년엔 전체 매출의
20%를 인터넷으로 일궈 내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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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M 정보시스템 구축 ''벤치마킹'' ]

삼성물산은 인터넷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마루베니 이토추 3M 등
외국기업을 벤치마킹했다.

그중에서도 3M은 가장 열심히 들여다 본 회사다.

삼성이 추구하는 "협력업체와의 정보공유를 통한 새 부가가치의 창출"이란
개념에 가장 걸맞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3M은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수세미 등 가정.사무용품 외에 연마제 접착제
등 산업용품까지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화학회사다.

이회사는 미국에만 2천1백80개의 거래선을, 유럽에는 6백여개의 협력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3M은 이처럼 다양한 상품과 방대한 거래망을 인터넷으로 통일시켰다.

뛰어난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이 회사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90년 전체매출의 5%에서 95년엔 30%까지 뛰어올랐다.

장성훈 정보전략 담당부장은 "단순히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비즈니스가
이뤄지는게 아니다"며 "정보시스템의 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성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프로세스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3M의 강점을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으로 익스플로러기반의 시스템
을 구축했으며 AT&T의 고속 인터넷망을 끌어들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