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에 빌려준 돈의 값어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놓고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3월 떼일 가능성이 높으니 빌려준 돈의 20%이상을
대손충당금(비상금)으로 쌓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득해 2~20%만 쌓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마저 너무 가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금감위는 급기야 IMF와 추가로 협의하겠다며 발표시한(5월 15일)을 넘기고
말았다.

당초 합의안을 적용하는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는 탓이다.


<> 금융기관이 감당할 수 없다 =대손충당금은 많이 쌓을수록 좋다.

대손충당금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와 합의한 대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엄청난 적자를 내 비틀거릴 금융기관이 적지 않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워크아웃은 현재 81개업체에 대해 진행중이다.

이중 72개업체는 워크아웃계획이 확정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은 33조3천억원에 이른다.

출자전환과 금리우대여신은 각각 3조7천억원, 27조원에 달한다.

정상금리여신은 2조6백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IMF와의 합의대로라면 대손충당금은 최하 6천억원, 많이 잡으면
6조~7조원을 쌓아야 한다.

작년에 사상최대인 14조4천억원의 적자를 낸 은행들이 쌓은 대손충당금이
9조3천7백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추가부담정도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미래상환능력을 중시하는 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도입할 경우
워크아웃여신뿐 아니라 다른 정상기업여신까지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금융기관의 체력은 금새 소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새 분류기준을 도입할 경우 50조원 안팎의 문제여신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적자금을 다시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단기적으론 워크아웃 여신의 가치를 낮춰 잡으려 하는 외국인투자자와의
외자유치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추가 워크아웃의 걸림돌 제거 =금감위와 금감원이 지난해말부터
워크아웃을 추가로 실시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또 워크아웃을 실시하고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추가 채무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바로 대손충당금 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
하지는 못할망정 부담을 더 줘 발목을 잡기까지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
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IMF는 워크아웃기업이 워크아웃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화의나 법정관리를
피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IMF의 이런 강경입장은 용어의 혼선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재협상 전망 =금감위는 이번주부터 IMF와 협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한국상황을 이해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IMF도 최근들어 한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워크아웃기업을 "배려"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으로 금감위는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는 "잘 하면 이번주중에 협상이 타결돼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시한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서도 이미 "교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측이 만든 가이드라인의 "기본틀"에 대해 IMF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세계은행(IBRD)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협상이 의외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상반기 IMF 협의 합의문중 워크아웃 기업 관련 내용 ]

잠정적으로(in the interim) 금감위는 99년 7월1일을 시행일로 하는 다음
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99년 5월15일까지 발표함.

<> 채권재조정여신은 최고 요주의여신으로 분류하되 채무자가 구조조정
협약하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할 경우 즉시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

<> 채권채조정여신의 대손충당금은 최소 2%, 최대 20% 범위내에서 설정


[ 워크아웃 여신평가에 관한 정부와 IMF의 시각차 ]

<> 워크아웃 기업의 전망

- 정부 : 회생가능성 높다
- IMF : 문제기업으로 리스크가 크다

<> 자산건전성 분류

- 정부 : 정상 또는 요주의로 보면 충분
- IMF : 고정이하로 보고 경영이 좋아지면 요주의/정상으로 변경

<>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 정부 : 여신액의 0.5~2% 정도면 충분
- IMF : 여신액의 20% 이상 쌓아야 하지만 우선 2~20% 쌓고 약정 불이행시
즉시 20%이상 적립

<> 시행시기

- 정부 : 미래상환능력 기준을 마련한뒤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
- IMF : 조기시행(7월1일부터 적용)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