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제작당시 그 나라 국민들이 도달한 지식수준을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고 한다.

최소한 그 단계에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지식들만 실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사교과서를 보면 짜증스러워질 때가 많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 아닌데도 성급하게 뒤바뀐다.

최근에는 특히 현재성을 중시하는 사관이 돌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자마자 전직 대통령을 환란의 주범으로 규정해 교과서에
넣어야하느냐 마느냐가 거론됐던 것만 봐도 그렇다.

객관적 검증을 위해 1백년이내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꺼리는 외국의
사학풍토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것도 성급한 한국인의 성격 때문일까.

심지어 이순신이나 세종에 대한 평가도 정권에 따라 경중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 풍토다.

어디 그뿐인가.

해방뒤 전통주의, 진보주의, 새교육, 미국식 교육, 국적있는 교육, 열린
교육 등 교육이념이나 철학이 실권을 잡을 때마다 교육과정도 7번이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덩달아 국사교과서는 물론 모든 교과서들이 개정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오고 있다.

최근 95년부터 5천6백만권이 배포된 중학교 국정교과서 6종16권의 문장실태
를 조사했더니 모두 1천2백60곳이 틀렸다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바른 말 바른 글을 가르치는 중1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서만도 2백10곳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바른 글 바른 말의 전범이 이처럼 엉터리었다니 지금까지 걱정해 온 국어
오용의 원인도 모두 여기에서 연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검인정 교과서도 아닌 국정교과서가 이지경이라면 결국 국가가 다음 세대들
에게 잘못된 국어문장과 표현을 가르친 꼴이다.

전에도 여러번 지적된 잘못된 내용까지 조사한다면 더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잦은 교과과정개편에 따라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집필을 하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편수관들이 내요을 적당히 뜯어고친데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검인정 국어, 국사교과서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