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스승이 거문고를 앞에 두고 제자에게 물었다.

"줄을 너무 죄니 어떻더냐"

"끊어집니다"

"느슨하게 하면..."

"음이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 공부도 그렇게 하거라"

스승의 날이 되면 옛 스승이 내게 일러주신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스승의 말씀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믿는 나로선
스승의 날이 왜 문제가 되는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그 이유가 촌지와 선물시비를 미리 막겠다는 것이라니 기가 다
막힌다.

어쩌다 우리들의 스승이 이 지경이 되었나 싶어 씁쓸할 뿐이다.

옛 사람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된다며 공경했었는데 지금은 그림자
는 커녕 명예마저 짓밟아 일그러진 스승을 만들고 있다.

스승을 제2의 부모라고 말들 하면서, 왜 스승의 날에 휴교까지 하며 사제간
을 떼어놓는가.

이날이야말로 사제간이 한 마음 되어 함께 사랑을 나누어야 할 날이 아닌가.

그 소중한 날을 촌지시비로 휴교한다는건 그걸 시인하는 결과이며 떳떳하지
못한 행동인 것만 같다.

교사들에게 불명예스런 멍에를 씌워놓고 쉬라니 과연 편하게 쉴 수 있겠는
가.

어른들의 편견으로 깨끗해야할 교단이 얼룩지고 교사들과 학생들의 마음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존경과 사랑을 담은 카네이션 한송이를 스승의 가슴에 달 기회를 잃어버렸
다.

정작 잃어버린건 카네이션이 아니라 사제간의 신뢰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을 이렇게 대우하는 나라는 없다.

교육정책 자체는 제대로 개선하지 않으면서 휴교만 한다고 그 시비가 없어
질까.

뿌리가 썩는데 가지만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

영국의 초등학교 중학교는 입학식이 없다.

입학 첫날부터 여섯시간 수업을 한다.

학부형은 첫날이라도 학교에 들어갈 수 없고 성적때문에 돈을 쓰는 학부형은
더더구나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을 수치로 알며 아이들의 선생님을 자신의 선생님처럼 존중
한다.

교사들도 부모님이 선생님을 존중하는것 못지않게 학생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둔다.

교장실에까지 전교생의 신상명세서를 비치해놓고 학생들을 관심있게 지켜
본다고 한다.

우리들이 본받아야할 점들이다.

우리나라는 고쳐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우선 고쳐야할 것은 교육제도이며 부끄러워 해야할 것은 그 제도에 편승하는
어른들이다.

그런 어른들이 더 시비가 많다.

만일 문제가 되고있는 촌지와 선물을 아직도 바치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자.

프랑스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부끄러움을 가르친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처럼 큰 무지는 없다.

편지 한장, 전화 한통이라도 진심이 담긴 것이라면 그것이 곧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라...라는 스승의 노래에 쑥스러워 하는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교사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으므로 그
책임을 다할 때 어찌 그 은혜가 크고 높지 않을까.

스승의 날을 교사의 날로 바꾸고 근로자들이 하루 쉬듯이 쉬게 하자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시비끝에 쉰다는 것은 교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승의 날은 예전처럼 복원되어야 한다.

스승이란 선생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교사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스승이란 말은 아무에게나 쓰지 않는다.

스승의 날에 학교에서 제자들이 스승을 모셔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모시듯이 학생들도 누군가 교사가 될 꿈을 꿀 것이다.

지금부터 교사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면, 누가 교직을 택하고 싶을 것이며
교사에 대한 희망을 가질까 싶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자꾸 교사의 촌지문제를 거듭 거론하며 휴교까지 하는지
알 수 없다.

교장회의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휴교까지 할만큼 교사들이 썩었는지 묻고
싶다.

그렇더라도 아마 일부일 것이다.

부도덕한 교사들이 있다면 마땅히 교사직을 박탈해야 한다.

그들 때문에 청렴하고 성실한 교사들이 전부 매도당해선 안될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좋은 스승이 되는 길밖에 없다.

스승의 날에 그리워 할 스승을 기다려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