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없는 6시그마 운동은 생각할 수 없다"

플라스틱 원부자재를 만드는 한국GE플라스틱스(주)의 6시그마 운동 모토다.

충북 충주시 목행동에 있는 이 회사의 충주공장.

"품질의 시작과 끝은 고객과 함께(Quality begins and ends with
customers)"라는 플래카드가 공장입구에 걸려 있다.

지난 10일 오전11시반 공장내부에 있는 6시그마 회의실.

6시그마 프로젝트의 점검을 위한 회의가 2시간째 진행되고 있었다.

회의실 내부벽면에는 6시그마 프로젝트 목표및 실적 현황판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이들 현황판을 이 회사의 최종호 이사가 일일이 가리키며 참석자들에게
발표를 시키고 있었다.

그는 6시그마 분야의 최고책임자급인 마스터 블랙벨트(MBB)란 호칭을 갖고
있다.

"우리 공장에선 제품을 제 시간에 출고했는데 트럭이 운송을 더디게 하는
바람에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들었습니다"(박정의 출고담당부장)

박 부장을 얘기를 듣고 있던 참석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놨다.

화물운송업체가 고객에게 물건을 갖다줄 때 구체적으로 시간까지 일일히
확인받도록 하자는 것.

종전에는 트럭운전기사에게 도착날짜만 적어주는 바람에 시간 개념이
약했기 때문.

"그러면 2주후에 시간확인 제도의 시행에 따른 고객의 평가를 알아봐서
보고해 주십시요"

마스터 블랙벨트인 최종호 이사가 6시그마 프로젝트 현황판에 기록하면서
박 부장에게 당부했다.

이 회사의 공장장인 강동현 전무는 "6시그마 운동의 알파와 오메가는 고객
위주의 경영품질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영업담당부서 직원들이 고객의 불만사항과 요구사항이 뭔지를 알아내는
데서 6시그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GE플라스틱스 영업과 관리부서 직원들의 업무스타일은 여느
회사와 다르다.

고객이 개선을 바라는 치명적인 품질결함(CTQ:Critical To Quality)을
제때 알아내야 하기 때문.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있는 이 회사의 서울사무소.

이른바 전쟁상황실(War Room)로 불리는 6시그마 회의실에 들어서자 영업
개발 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보고하고 있었다.

보고내용은 마치 신문의 인터뷰기사처럼 정곡을 찌르는 것들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제품의 가격을 내려달라기 보다는 영하20도
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자동차범퍼제작용 수지를 원하고 있더군요"(K모 과장)

이 회사는 일선 영업현장에서 제조공정 및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고객위주
로 6시그마 운동을 펼치면서 수익 등 생산성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한국GE플라스틱스 죠지 웰우드 사장은 "지난 97년초부터 6시그마 운동을
펼친 결과 이익부문에서 첫 해인 97년말에 전년대비 4%, 작년에는 12% 성장
했다"며 "3년째인 올해에는 작년보다 수익이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6시그마 운동에 따라 제품개발 기간도 엄청나게 단축됐다.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애플사에 납품한 아이맥컴퓨터.

이 제품은 속이 들여다보여 일명 "누드 컴퓨터"로 통한다.

미국GE플라스틱스는 LG전자로부터 반투명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 수
있느냐는 주문을 받은지 3개월만에 특수 플라스틱 수지를 독자개발해 냈다.

연구개발(R&D) 분야의 개가였다.

이 회사에서 6시그마 운동을 주도하는 임직원은 최종호 마스터 블랙벨트를
비롯, 블랙벨트 5명(공장 3명 포함)이다.

블랙벨트는 6시그마운동의 중관관리자다.

이들 6명은 연공서열에서 고참이거나 직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블랙벨트가 되지는 않았다.

대신 분석능력이 월등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모든 일을 통계로 데이타베이스화한 뒤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블랙벨트로 활동중이다.

"6시그마 운동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고 실행하느냐가 연봉 협상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6시그마 실적을 철저하게 인센티브로 활용한다고 이 회사 한상규 상무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이 6시그마 경영혁명 켐페인을 펼치면서 동종업계로부터
비법을 가르켜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자들에게 맡겨서 되는 품질혁신 운동이 아니라 최고경영진부터 취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탑 다운'' 방식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