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토마토"의 주인공은 구두디자이너다.

그는 사장으로부터 지난해 안팔린 구두의 실패원인을 찾으라는 과제를 받고
답한다.

"이탈리아 유명구두를 베껴 겉모양은 예쁜데 밑창까지 가벼운 원래제품과
달리 무거운 창을 대는 바람에 발이 아프고 위 아래 재질이 맞지 않아 바느질
부분이 터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실제 수없이 많다.

의류와 구두 가방 모두 유명상표를 도용하거나 모방한 가짜내지 유사품이
판친다.

TV드라마의 어떤옷이 괜찮다 싶으면 2~3일 안에 똑같은 모양이 사방에
퍼진다.

아예 가짜상표를 붙여 파는 일도 허다하다.

얼마전 경기도 부천의 유명 유통센터에서 가짜 나이키 리바이스 의류와
카르티에 장신구 등을 팔다가 적발된 것은 단적인 예다.

진짜면 수십만원씩 하는 샤넬블라우스와 구찌 시계, 진짜면 수십만~
수백만원인 샤넬 블라우스와 구치시계, 루이비통 가방이 도처에 널렸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프라다색도 진짜는 60여만원인 만큼 상당
수는 모조품일 가능성이 높다.

몇년전부터 구미 각국이 패션분야 지식재산권 보호문제를 강력하게 제기
하더니 최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자국 홈페이지에 한국을 최대 위조상품
수출국으로 올렸다는 소식은 참담하다.

가짜수출국이라는 오명은 망신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멀쩡한 수출물품의 통관이 늦어지고 통상마찰의 소지도 커진다.

관세청이 위조상품 수출입에 대한 24시간 신고체제를 확립하고 단속의지를
국내외에 강력 표명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지만 처벌과 단속만으론 막기
어렵다.

IMF체제 이후 국내 지재권 위반 구속자가 40% 증가한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상표 도용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래 우리나라 상표를 도둑질당하는 일도 늘어나거니와 더이상 남의것을
훔치는 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입지를 좁힐 뿐이다.

유명상표는 디자인과 품질관리, 마케팅 광고의 합작품이다.

당장 어렵더라도 진짜 우리것을 만들고 홍보해 OEM왕국 가짜천국이라는
슬픈 이름을 벗어났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