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이달초 협상시한을 넘긴데 이어 그제밤 연장시한까지
도 타결되지 못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제일은행 해외매각은 재작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할때 정부가 IMF에 약속한 사항으로서
그동안의 금융구조조정 노력을 마무리 짓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말 뉴브리지 캐피털과 이행각서(MOU)체결을 서두른 배경에는
처음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확인시키려는 뜻도 없지 않았다고
본다. 그만큼 비중을 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부실채권 추정규모에 워낙
큰 차이를 보인 때문이다.

양측이 자산건전성 평가기준, 추가손실 보전대상, 부채 평가원칙 등에서
의견을 달리한 결과 공적 자금으로 메워줘야 할 부실채권 규모를 정부측은
약 4조원으로 본데 비해 뉴브리지측은 약 7조원으로 평가해 약 3조원이나
차이를 보였다. 이후 우리측이 일부 양보해 격차가 약 1조5천억원으로 줄었
지만 더이상 진전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측 협상당사자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어제 해외매각
추진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제일은행이 자기자본 전액 잠식상태인데다 매각
작업마저 지지부진 함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마냥 늦출 수 없으며 거래고객
들을 위한 최소한의 자금지원은 금융구조조정 원칙에 비춰 볼 때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뉴브리지와의 배타적 협상시한이 이달 2일 이미 끝났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협상대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당장은
뉴브리지측과의 막판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협상이 결렬돼
매각작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이지만
지난해말 양해각서 체결로 서울은행 매각협상 및 대외신인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이다.

협상타결을 위해서는 뉴브리지측이 좀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투자자금을 모은 뒤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뉴브리지 입장에서는 제일은행 자산평가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이해되지만 그동안 간헐적으로 흘러나온 소식에 따르면 뉴브리지 입장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제일은행 자산을 시장가치(Mark to Market Value)로 평가하는 것이 국제
기준이라고 하지만 시가평가방법이 다양한데다,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
에서 개별자산의 시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점도 의문
이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산평가는 거래선을 축소시켜 중장기적으로는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에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