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한국증시"를 대변하는 대형주다.

한국 주식시장의 싯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

한전 주가만 봐도 한국증시의 체온을 쉽게 읽을수 있다.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한국주식시장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매수하는 종목이 바로 한전이다.

반대로 "셀 코리아(Sell Korea)"를 부르 짖으며 한국에서 철수할 때도
한전을 가장 먼저 버린다.

투자신탁회사같은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펀드매니저들이 주식형펀드및 뮤추얼펀드를 설정한때 편입 1순위가
한전이다.

이는 지수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의 주가가 그대로 있더라도 한전 주가만 10%오르면 종합주가지수는
1% 오르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한전주가의 변동은 7백여개에 이르는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력은 공기업이다.

일반 민간기업보다 경영의 융통성이 약간 떨어질 것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IR활동을 보면 "탄력"이 넘친다.

이좌근 대한투신 기업분석부차장은 "한전은 2~3년전만 하더라도 일반투자자
는 물론 국내 기관투자가 조차 쉽게 분석할 수 없는 방대한 조직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한전 경영진이 "주가가 우리회사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는게 이 차장의 얘기다.

한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 4월부터였다.

당시 국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첫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그전까지는 주로 해외투자가 대상이었다.

지난해 4월과 12월에도 국내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1백여명을 초청,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과 올 3월에는 한전의 임원이 직접 증권메카인 여의도 증권가를
찾아와 IR활동을 벌였다.

각 증권사의 한전 담당 애널리스트를 초정해 회사경영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었다.

기업IR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자금부 김정주 과장은 "그동안 해외투자가
중심으로 기업IR 활동을 해 온게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국내시장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주식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주주중시 경영을 위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회사경영 상태를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정부지분 5%의 해외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도 한전의 지속적인
IR활동 덕택이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당시 정부는 한전지분 5%를 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매각하면서 국내시장에
상장된 원주가격에다 2.5%가량의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다.

한전에는 요즘 하루평균 한팀 꼴로 기관투자가의 기업방문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투자가의 관심이 지대한 기업이라는 반증이다.

끊임없는 IR활동이 낳은 결과다.

한전은 2백여개 기관투자가들에게 정기적으로 기업경영내용을 담은 간행물을
보낸다.

또 재무최고책임자등이 "회사 주가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요 기관투자가들에게 수시로 발송한다.

한전주가는 3만원대에 있다.

IMF한파 직후 한때 1만2천원까지 추락했었다.

이제는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주식이 됐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