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C 헬샴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한국 생활을 한 지도 일년이 다 되어간다.

그 시간은 나에게는 정말 "한국 학습"의 시간이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책임자로 한국 땅을 밟고 느낀 정황은 열거하자면
여럿 있겠지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노래"다.

호주가 고향인 나는 직업상 외국에 더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문화적인
적응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볼보건설기계에 부임하고 나서 한국 직원들과 함께 창원의 장복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회사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한국식 기원제에 참석해 난생 처음 도포와
건을 쓰고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면서 허리굽혀 절을 했다.

한국에 다가가는 하나의 "훈련"이거니 하고 받아들였다.

정작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기원제를 지내고나서였다.

직원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노래 한 곡을 청하는 것이었다.

그런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라는 귀뜸도 없이 벌건 대낮에 야외에서 직원들
앞에서 노래를 하라니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는 노래를 한 곡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용기를 내
간신히 그 "위기"를 넘겼다.

지금도 아찔하다.

호주 촌놈인 나에게는 정말 충격이었다.

그날 나는 집에 돌아와서 한국인과 노래에 대해 긴 생각에 잠겼다.

한국인에게 노래는 무엇인가?

왜 그들은 노래를 즐기는가?

한국인들에게 음주가무를 즐기는 전통이 고대로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점을
나는 미처 몰랐다.

한국인들의 노래문화가 얼마나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는지 깨닫게 된 것은
그 뒤였다.

아직 노래방에서 한 곡조 부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밤마다 전개되는 한국인
의 노래의 향연을 알고 있다.

한국인들은 노래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 화합을 다지는 삶의
활력소로 삼는다.

노래는 한국인들의 삶의 양식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인들에게 노래는 일의 추진력이며 독특한 음주문화도 그 연장선임을
분명히 이해하게 됐다.

조만간 한국 노래를 한 곡 배워 직원들과 한번 멋진 노래판을 벌이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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