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면 우산장수 큰아들 걱정, 비가 오면 짚신장수 막내아들 걱정"
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날씨만큼 기업을 애먹이는 것도 없다.

비가 내리는지, 온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잘 팔리는 상품과 매출액이
확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에어컨업체들은 지난 94년 여름 이상고온이 찾아오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에어컨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이었기에 가격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엄동설한에 에어컨을 미리 주문받는 예약판매가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이듬해 에어컨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때마침 기상청도 "올해 여름은 덮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예상못한 서늘한 여름에 재고는 쌓이고 기업들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날씨는 입맛도 좌우한다.

훼미리마트는 전국에 산재한 자사 편의점에 매일 온라인으로 날씨정보를
보내준다.

오늘은 더우니 우유를 줄이고 청량음료를 많이 준비하라는 식이다.

일본의 한 기상연구소는 온도가 20C를 넘으면 에어컨부터 잘 팔리기 시작,
25도엔 음료가, 27도엔 살충제가, 30도부터는 빙수가 불티나게 판매된다는
데이타를 내놓기도 했다.

기업의 생산과 판매계획에서 "날씨"의 중요성이 이처럼 높아지자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상정보를 판매하는 민간회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기업도 값비싼 돈을 주고 이들의 데이타를 사다보는 형편이다.

날씨는 하늘의 뜻이라지만 "원가전쟁"은 이마저도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