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경제의 거시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의 주요
통계들도 경기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어 다행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3월중
전국 7대도시의 신설법인수가 2천5백72개로 지난해 월 평균치의 1.5배에 달해
6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는 지난 4월중 구인자수가 월간
기록으로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 섰고, 구인배율(구직자수에 대한 구인자
배율)도 0.39배로 전월(0.17배)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매우 의미있는 통계들이다. 사실 지금의 경기회복 분위기를 선도하다시피
하는 주식시장 활황과 소비증가등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나타난 거품에
불과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특히 주식시장으로 모여든 자금이 산업자금
으로 환류돼 투자촉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또 다시 거품경제
를 형성해 제2의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
이었다. 그런 점에서 창업열기가 살아나고, 구인자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기대를 가져볼만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제전망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최근 다즈워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소장이 서울
주재 외교관들을 위한 비공개 설명회에서 내년중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 올 연말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5%에 이를 전망이며, 따라서 한국정부
가 더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쓸수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또
한국이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경청해
야 할 경고가 아닌가 싶다. 그가 우리 경제의 후원자 역할을 맡고 있는 IMF의
한국소장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많은 경제전문가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 역시 그같은 의견에
동감한다.

지금 우리가 역점을 두어야할 경제정책의 운용방향은 당장의 소비진작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년이후의 안정적인 성장유지를 위해 풍부한 여유자금이
기업들의 투자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물론 제조업가동률이
겨우 70%수준에 머물고 있는 마당에 기존산업의 설비투자 확대는 어렵겠지만
유망성장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개편해나가
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 때문에 6월말로 끝나는 임시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연장적용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경기회복이 기업구조조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
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만약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경기회복으로 인해
기업구조조정이 미뤄지거나 흐지부지될 경우 과거의 거품경제 실패를 되풀이
하는데 그치고 말 것이라는 점을 모든 경제 주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