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농부가 보리밭에 가서 보리이삭을 몽땅 길게 뽑아 놓았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내가 보리를 빨리 자라게 했다"며 자랑을 했다.

어리둥절한 그의 아들은 급히 보리밭에 달려가 보았다.

보리는 더 자라기는 커녕 말라 죽어 있었다.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얻으려는 어리석음을 경고하는 우화이다.

농사를 열심히 지을 생각은 않고 억지로 결실만을 얻으려다간 낭패를
본다는 얘기다.

요즘 농사를 짓는 이들중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돌려보면 우리 주위엔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거센 열풍이 불고 있는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산 주식의 가격이 오르기를 바란다.

실제로 올들어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을 올린 이들이 많다.

뮤추얼펀드등 일부 간접투자에선 수익률이 벌써 5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은행금리에 비하면 놀랄만한 투자이익이다.

그래서 전국에 주식열풍이 불고 있다.

주식을 사지 않으면 뭔가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샐러리맨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다.

아직은 일부의 얘기겠으나 농촌에선 땅판 돈을 들고 증권회사로 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지어는 대학가도 증권바람이 불고 있다.

학비와 하숙비까지 증권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인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일단 경제에
좋은 일이다.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서 수익을 올리고 기업들은 저리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할수 있다.

우리 모두가 바라던 바이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할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건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이 너무 높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나 보리이삭을 뽑는 농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앞선다.

그건 모처럼 찾아온 호기가 이왕이면 오래 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과거에 주가가 폭락했던 경험이 있는 탓이기도 하다.

사실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건말건 그건 자신의 책임이다.

여기서 그걸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마저 너무 급하게 몰고 간다면 그건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가가 실적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혹시나 우리는 지금 이삭을 뽑아놓고 잘 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경제위기를 겪었던 원인은 바로 이삭뽑기식 경제정책에 있었다.

서둘러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것도 그런 사례이다.

그런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거품을 만들었던건 아닌가.

지금 거품이 다시 생겨난다면 고비용 저효율의 악령은 고개를 들게 분명
하다.

물론 자금이 산업분야로 흘러들어가서 선순환을 하면 경제가 나아지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가서 주식만 산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는건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월급이 올라가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는건 생산성이 향상
되고 자본투자가 늘어나 기술이 발전할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눌수 있는 몫이 커져야 노동자는 물론 사용자 소비자 나아가
주식투자자에게도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