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바꿔 달라"

S증권의 K대리는 얼마전 직장 상사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가 "차라리 그만
두라"는 호통만 들었다.

어엿한 공채기수인 K대리가 계약직으로 전환하길 원했던 것은 당장 현금이
아쉬웠기 때문.

가정 사정상 큰 돈이 필요한데 목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K대리가 생각해낸 것은 우리사주 주식의 처분.

지난해 5월 받은 우리사주 3천주를 내다 팔면 필요한 돈을 손에 쥘 수
있으리란 계산에서였다.

당시 받은 우리사주는 주당 5천원.

현재 주가는 5만원안팎에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3천주를 팔 경우 1억3천5백만여원(4만5천원 x 3천주)의 시세차익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왠걸.

우리사주는 받은지 7년이내에는 팔지 못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결혼이나 내집마련 등 특별 사유가 있을 경우엔 1년이후에 팔수 있지만
거기에 걸맞는 사유가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게 계약직으로의 전환이었다.

회사를 퇴직할 경우 기간에 관계없이 곧바로 우리사주를 처분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이런 요구를 하는 정규직 직원이 많다.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정규직을 마다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다.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현상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중 가장 큰 이유가 K대리처럼 주가가 올라갔을 때 우리사주를 처분,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은 증권사에서 특히 심하다.

현대 삼성등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주가는 액면가를 밑돌고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당
5천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요즘들어 증권주는 황제주로 부상했다.

증권업종 지수는 지난달 4월27일 3686으로 9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9월23일(408.89)에 비해 9배가량 올랐다.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억대자산 보유자(평가익 기준)가 됐다.

그러다보니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 이를 현금화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에 비해 불이익이 상당하다.

퇴직금도 없다.

기본급이라고 해봤자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철저히 실적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증시활황으로 증권사 계약직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매달 수천만원씩 가져가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계약직으로 전환해도 결코 밑질게 없다는 인식히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 올들어 계약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달동안 증권사 계약직은 2백44명 늘었다.

반면 정규직 직원들은 1백49명이나 줄었다.

지난 3월말 현재 30개 증권사의 임직원은 2만2천여명.

이중 21%가 넘는 4천7백여명이 계약직이다.

세종증권의 경우 자산운용팀과 영업사원 전체를 계약직으로 전환한데 이어
아예 전직원을 대상으로 계약연봉제를 실시키로 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