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낮은 가격만 제시한다고 해서 기업이 팔리는게 아닙니다. 매물로
나온 기업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인지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회계법인 KPMG에서 한국관련 M&A(기업인수합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연 회계사는 "헐값에 기업을 내놓으면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이라고 말했다.

"이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당신 기업은 이러저러한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을
집요하게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회계사는 최근 삼성물산의 유통사업무문 "홈플러스"를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 매각하는 M&A를 성사시켰다.

8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M&A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이 홈플러스를 매각한 가격이나 조건 등이 "상당히
괜찮다"고 평가한다.

고용을 전원 승계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그대로
인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30%의 지분을 되살수 있는 권리(바이백옵션)까지 확보했다.

박 회계사는 "홈플러스라는 할인점의 자산 뿐만 아니라 인력이나 조직
그리고 기업이미지까지 팔았다"고 자부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이 테스코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설득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회계사는 "해외자본을 유치하거나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외홍보를 위해 어느 시점까지 팔겠다고 밝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약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회계사는 "M&A협상이 진행되는 것들 중에서 실제로 성사되는 비율은 20%
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문화적인 차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협상을 진행하는
끈기가 부족한 탓이다.

또 회사를 완전히 매각하는 것보다 합작투자를 이끌어 내는게 더욱 힘들다고
한다.

지분율을 조정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팔릴 만한 기업을 내놓고 상대방이 관심을 갖도록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만 M&A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게 박 회계사의 주장이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